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 등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3부(부장 이규영)는 18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37)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6∼27일 남편 B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3.7㎎)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물 등을 마시도록 해 B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인 지난해 6월 7일 B씨 계좌에 접속해 300만 원을 대출 받은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사망 현장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니코틴을 음용할 만한 정황은 없었고, 피해자 카드사용내역을 보더라도 니코틴을 산 것으로 보이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피해자가 전자담배도 피우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미숫가루를 마신 뒤 급체 대처방법 검색, 사랑하는 아들의 생일이 예정돼 있는 등 스스로 니코틴 원액을 마시고 자살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밝혀졌는데, 피해자가 흰죽을 먹은 뒤 보인 오심, 가슴 통증 등은 전형적인 니코틴 중독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은 액상 니코틴을 구매하면서 원액을 추가해달라고 했고, 이를 과다 복용할 경우 생명에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등 피해자 사망 전후 사정을 볼 때 3자에 의한 살해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배우자가 있음에도 내연 관계를 유지하며 피해자인 남편의 재산과 보험금을 취급하기 위해 니코틴 원액을 넣은 음식을 세 차례 먹게 해 살해했다”며 “범행 후 피해자 명의로 대출 받아 그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 사회와 격리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A씨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남편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