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부품을 제조하는 경동원이 계열사인 경동나비엔을 부당 지원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경동원은 보일러 외장형 순환펌프를 경동나비엔에 원가보다도 싼 가격에 공급했고, 이를 통해 경동나비엔이 보일러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원은 2009년 1월~2019년 3월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경동나비엔에 공급하면서 매출원가보다 더 싼 가격에 판매했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보일러에서 가열된 온수를 순환시켜 열을 전달하는 장치다.
순환펌프 거래 가격은 펌프 제작에 드는 ‘변동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생산을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생산 중단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10년간의 거래와 관련한 손실은 51억 원. 경동나비엔이 같은 규모의 이익을 제공받은 셈이다.
이 같은 거래 구조는 경동나비엔 소속 기획팀이 설계했다. 경동나비엔 기획팀은 계열사들이 매출액 등의 비율에 따라 인건비를 부담하고, 계열사 간 내부거래 가격 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실상 그룹 기획팀 역할을 했다. 기업집단 내부에서도 ‘납품가 현실화 미비로 인한 손익 악화, 최소 공헌이익 이상의 납품가 현실화 필요’(2017년 4월) 등의 의견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없었다면 경동나비엔이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상당한 영업 손실을 보고, 가격경쟁력 악화로 인해 판매를 줄일 수도 있었다고 봤다. 실제 경동나비엔은 지원이 이뤄졌던 2017년(3억6,600만 원), 2018년(3억3,500만 원)에는 외장형 순환펌프 부문에서 이익을 봤지만, 2019년(-3억8,200만 원), 2020년(-5억3,400만 원)에는 손실을 봤다.
공정위는 두 회사에 36억8,000만 원(경동원 24억3,500만 원, 경동나비엔 12억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나비엔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했고, 이를 위해 경동원이 손실을 보는 거래 가격을 결정했다”며 “경동원이 영업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의 가격이 정상 가격이라고 판단했고, 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