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제주시 구좌읍 다랑쉬굴에 대한 정비사업이 이뤄진다. 4·3 당시 다랑쉬굴에서 집단 학살된 주민들의 유해가 30년 전 발견되면서 4·3의 참상이 알려졌고, 이후 4·3 진상규명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제주도는 올해 다랑쉬굴 유해 발굴 30주년을 맞아 특별교부세 7억 원을 투입해 다랑쉬굴 4·3 유적지 보존·정비 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다랑쉬오름 부근에 위치한 다랑쉬굴은 사유지 내에 있어 그동안 안내판 정도만 있었을 뿐 별다른 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제주도는 우선 다랑쉬굴이 위치한 사유지 약 2만5,000㎡가량을 매입할 계획이다. 도는 앞서 토지소유자인 학교법인 이화학당과 토지 매수 협의를 진행해왔고, 연내 토지 매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토지 매입 후에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진입로 정비 및 주차장 조성, 위령·추모 공간 등을 시설할 예정이다. 어떤 시설을 설치할 지에 대해서는 4·3유족회와 관련 기관·단체의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갖는다.
다랑쉬굴은 4·3 당시인 1948년 12월 18일 군경 토벌대가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한 장소다. 1992년 아이 1명과 여성 3명을 포함한 11명의 유해가 굴 내부에서 발굴됐다. 이들은 군경 토벌대의 진압 작전을 피해 굴로 숨어들어 생활했던 구좌읍 하도리, 종달리의 주민들이었다. 유해 옆에는 이들의 피신 생활을 짐작케하는 각종 그릇과 항아리, 주전자 등 생활용품도 발견됐다. 하지만 이들의 유해는 안장되지 못했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으며, 굴 입구도 콘크리트로 막혔다.
김승배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다랑쉬굴은 4·3 사건 진상규명의 발단이자 제주 4·3의 비극적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 유적지인만큼 그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승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정비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