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50조 원이 넘는 세입경정을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신속한 심사를 약속했지만, 갑작스런 대규모 세입경정을 놓고 야당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정부가 제출한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안은 오는 16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 심사에 들어간다. 여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등을 거쳐 5월 임시국회 종료 전인 이달 26~27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마련한 추경 규모는 역대 최대인 59조4,000억 원으로 정부는 초과세수 53조3,000억 원 중 국채 상환용 9조 원을 제외한 44조3,000억 원과 가용재원(8조1,000억 원), 지출구조조정(7조 원)으로 재원을 마련했다. 그중 소상공인 피해지원 등에 직접 쓰이는 일반 지출액은 36조4,000억 원이다. 나머지 23조 원은 법에 따라 교부금 등으로 지방자치단체 등에 내려 보내야 한다.
야당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 방침에 따라 기재부가 세수를 늘려 잡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갑작스레 잡힌 역대급 초과세수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걷히지도 않은 세금을 이용한 숫자 맞추기 식 가불 추경”이라며 “국가 재정에 분식회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올해 1월 돈이 없다며 14조 원의 추경안을 가져온 기재부가 4개월 만에 초과세수로 59조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며 “기재부가 초과세수를 숨겼다가 정권이 바뀌면 내놓기로 한 것이라면 국기를 흔드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올해의 세입예산 편성 역시 문재인 정부가 한 것"이라며 세수초과는 '지난 정부의 과오'라고 맞서고 있다.
초과세수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커 국회 추경 심사과정에서 충돌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민주당은 정부안보다 확대된 47조 원의 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나서 추경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안의 코로나19 손실보상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초과세수의 국채상환금액을 돌려 피해 지원에 나서자는 것이다.
다만 여당은 이에 대해서는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과 협의하면서 타당성이 있다면 일부 받아들이겠지만 타당성이 없다면 원안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은 이미 생계의 위협을 넘어 생존의 위협에 이르렀다”며 “국회에서 추경안을 최대한 신속히 심의·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