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가 최고점 대비 99%까지 가치가 떨어지며 두 차례나 블록체인 가동이 중단됐다. 두 코인의 폭락으로 촉발된 가상자산 시장 위기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미국 의회는 암호화폐 규제를 촉구했다.
미국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13일(현지시간) 오후 12시 11분 기준 싱가포르 시장에서 테라는 11센트에 거래됐다. 지난달 최고 119달러(약 15만 원)까지 치솟으며 코인 시가총액 8위에 올랐던 루나는 0.1센트보다도 아래로 떨어져 사실상 가치가 없어졌다.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는 루나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부터 이어진 두 코인의 폭락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12일 비트코인은 한때 최고점 대비 50% 넘게 하락한 약 2만6,000달러(약 3,300만 원)에 거래됐고, 암호화폐 전체 시가 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2,000억 달러(약 257조 원) 이상 증발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비상이 걸리면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12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테라가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지금 수준의 리스크는 금융 안정을 위협할 만큼 크진 않지만, (리스크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과 같은 위험이 예상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자산) 규제에 틈이 없도록, 우리에겐 포괄적인 (규제)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미국 의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당국 차원의 암호화폐 규제 필요성이 공론화됐다.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의원은 테라 폭락 사태가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규제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된다며 "매우 복잡한 (암호화폐) 상품은 미국 국민들이 힘들게 번 돈을 위험에 빠뜨리고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팻 투미 공화당 의원도 "의회가 행동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투자한) 돈을 잃는 등 큰 문제가 되고 더 큰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라와 루나는 한국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코인이다. 테라는 1코인당 1달러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자매코인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유지한다. 테라의 가치가 하락하면, 루나를 팔고 테라를 사들이는 식이다. 테라가 10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하자 루나의 대규모 매각이 필요해졌고, 이에 따라 루나의 시세도 연달아 폭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rial)' 현상이 발생했다.
연쇄 폭락의 원인이 된 연동 방식을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채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라폼랩스는 사업 초기 테라가 실물자산이 아닌 또 다른 코인에 의해 가치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와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권 대표는 사태 진정을 위해 테라를 담보로 15억 달러 구제금융 조달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자 블록체인 가동 일시 중단을 선택했다. 13일 오전 11시쯤 두 번째로 가동을 중단한 후 이날 오후 4시까지 운영은 재개되지 않았다. 코인시장에서 퇴출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은 회복세로 전환했다. 이날 비트코인은 다시 3만 달러선을 넘겼고 시가총액 2위, 3위인 이더리움과 테더도 온종일 상승세를 보였다. 3일간의 코인 폭락 사태는 진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브라이언 닉 누빈자산운용사 투자 전략가는 "긴축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자산은 '고평가된 상태로 수입원이 불분명한 자산'인데, 암호화폐가 바로 이런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