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유통공룡' 쿠팡이 올해 1분기 적자폭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력사업인 로켓배송 등 분야에선 사상 처음 흑자를 냈다고 강조해 쿠팡의 만성 적자 구조에 변화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51억1,668만 달러(약 6조5,900억 원·환율 1,288.5원 기준)로, 1년 전보다 21.6% 증가하며 지난해 4분기 세웠던 사상 최대 분기매출 기록(50억7,669만 달러)을 경신했다고 12일 밝혔다.
영업적자도 크게 줄었다. 1분기 영업적자는 2억575만 달러(약 2,652억 원)로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2억929만 달러) 역시 지난해 4분기보다 48%나 줄어 미국 증시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쿠팡은 특히 핵심 사업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커머스 부분에서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현금 창출력을 볼 수 있는 쿠팡의 1분기 커머스 분야 '조정 EBITDA(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이자와 법인세,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287만 달러(약 37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 측은 "2014년 시작한 로켓배송이 이자 등 비용을 제외하면 처음 흑자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부문은 지난해 대비 손실이 늘었다. 1분기 신사업 조정 EBITDA는 9,375만 달러(약 1,208억 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쿠팡이 이처럼 적자폭을 줄인 건,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물건을 구매한 고객 수(1,811만 명)는 국내 성인 인구의 40%에 달한다. 이들의 1인당 평균 구매액(283달러·36만5,000원)도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쿠팡이 적어도 2년 안에는 흑자 전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계속 쌓이는 적자 탓에 뉴욕증시의 쿠팡 주가는 최근 공모가(35달러)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간 물류 인프라 확대와 인력 채용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올해는 이 부담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예상되는 적자 및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2024년에는 흑자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흑자 전환을 위한 쿠팡의 무리수에 대한 지적도 계속된다. 지난 3월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올해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수익성 개선 이면에 납품업체 단가를 낮추고 소비자의 멤버십 비용을 높이는 등 '쥐어짜기'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로켓배송 입점 상품 공급가를 5~30% 낮춰 달라는 요청을 각 납품업체에 통보하면서 업체 반발을 샀다.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를 올리라고 강제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기도 했다. 쿠팡은 최근 이에 불복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