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 부근에서도 옥외집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금지 장소인 관저(官邸)로 해석하며 집회를 금지해 온 경찰 처분에 제동을 건 첫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무지개행동은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5월 17일)을 앞둔 14일 용산역 광장에서 이태원 광장까지 3㎞ 구간을 행진하겠다는 내용의 집회를 신고했다. 하지만 용산경찰서는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라며 불허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제11조)이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집무실도 관저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하지만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저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며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과거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 옥외집회를 제한해 왔지만, 이는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행진경로를 지날 때 인도와 하위 1개 차로를 이용해 1시간 30분 이내에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법원 판단으로 국방부 정문 등에 대한 경찰의 집회금지 처분은 계속 유지되기 어렵게 됐다. 이번 무지개행동 집회를 포함, 경찰은 5월 10~25일 해당 장소로 신고된 집회 9건에 금지를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지개행동 측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를 금지한 경찰 조치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러나 "본안 판단이 아닌 가처분 판단이고, 전체가 아닌 조건부 인용이기 때문에 (집무실 부근)을 집회 금지 장소라고 못 박은 건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