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20% 미만, 500g 초극소 미숙아 ‘하진이의 기적’

입력
2022.05.10 10:57
괴사장염·탈장·동맥관개존증 등 5번 수술
300일간 입원 치료, 6㎏으로 건강하게 퇴원

특별한 아기가 지난 3일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퇴원했다. 그리고 엿새 뒤인 9일 이 아기가 서울성모병원 외래를 찾았다.

2021년 7월 임신 22주에 500g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나 생존율 20%도 되지 않는 극한의 한계와 5번의 수술을 극복하고 ‘생명의 기적’을 이뤄내며 300일 만에 건강하게 자란 ‘조하진’ 아기다.

하진 엄마는 첫째를 만삭으로 출산했고 특별한 질환이 없는 32세 임신부였고, 임신 도중에 별다른 이상 소견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하진 엄마가 임신 22주가 되던 지난해 7월, 갑자기 태반 조기 박리가 발생해 엄마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저하되면서 태아(하진)의 심박동수도 줄어 22주 5일 만에 응급 제왕절개술로 태어났다.

하진은 응급 상황에서 출생했기에 조기 분만이 예상되는 미숙아의 폐 성숙을 위해 투여하는 산전 스테로이드조차 투여되지 못했다.

출생할 때 울음이나 움직임도 거의 없는 상태였기에 출생 직후 기관 삽관, 계면활성제 투여 및 인공호흡기 등 호흡을 위한 치료 등이 시행됐다. 의료진의 노력에 보답하듯 하진은 잘 견뎌냈다.

그러던 중 생후 2주에 괴사성 장염으로 인한 장 천공 수술을 비롯해 장루 복원 수술 등을 받게 됐다. 또한 출생 전에는 반드시 열려 있어야 하고 출생 직후엔 닫혀야 하는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 관이 닫히지 않아 이를 치료하기 위해 동맥관 개존증 수술을 받는 등 모두 5번의 수술이 이어졌다.

폐 성숙이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수술과 패혈증으로 기관 탈관과 삽관이 반복되고, 기계 호흡기 기간이 길어지며 하진에게는 심한 폐동맥 고혈압이 발생했다.

회복하기 위해 10개월 넘게 서유미ㆍ오문연ㆍ성현정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많은 전공의들을 비롯해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이 힘을 합쳐 정성과 사랑으로 하진을 돌보았다.

하진의 치료를 맡은 윤영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하진이는 태어날 때부터 여러 번 고비가 있었다”며 “특히 생후 2주에 괴사성 장염으로 장 천공 수술을 받을 때, 생명 징후(vital sign)가 유지되지 않았을 때 등 위급 상황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윤 교수는 “하진이를 보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가사가 생각난다”며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신생아 중환자실을 퇴원하는 하진이가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진의 부모는 “출산 직후 엄마가 갑자기 혈압ㆍ의식이 저하돼 외과 중환자실로 옮겨졌을 때도 하진이 곁에 의료진이 있어 아기가 고비를 잘 이겨낸 거 같다”고 했다. 이들은 “300일간의 긴 여정에 하진이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해 준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팀과 수많은 의료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많은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도록 하진이를 잘 키우겠다”고 했다.

6㎏까지 자라서 건강하게 퇴원한 하진은 산소 치료 및 위관 수유 중이며, 폐동맥 고혈압 경구 약을 복용하고 있다. 또한 외래 진료를 통해 소아과ㆍ재활의학과 등에서 성장 발달 평가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 질병 분류상 ‘주산기(周産期ㆍperinatal period)’는 임신 22주부터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생존 능력은 생명 징후인 심박동, 제대 박동, 자발적 근육 움직임과 함께 임신 22주 이상이거나, 체중 500g 이상일 때로 정의할 정도로 하진은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났다.

신생아 생존율은 24주 이하가 21%, 25주가 27%, 26주가 40%, 27주가 58%이며, 출생 체중에 따른 신생아 생존율은 500g 미만이 20%, 500~724g이 26%, 725~999g이 43%, 1,000~1,249g이 71%로 임신 26~27주, 출생 체중 1,000g 정도일 때 신생아의 생존율은 50% 정도다. 이처럼 하진은 20% 미만 생존율을 이겨낸 희망의 상징이다.

하진을 건강하게 치료한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은 50병상 규모로,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해 초극소 미숙아, 심장 질환, 외과 질환,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으로 인한 저체온 요법 등 세분화된 치료로 고위험 신생아를 치료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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