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北, 우크라 반면교사 삼아 핵개발 박차… 제재 회피·경제적 이익도”

입력
2022.05.09 22:02
北, 핵포기 우크라 보면서 핵개발 야심 강화
서방, 러시아 대응 집중… 대북 제재 관심 밖
北, 러시아와 밀착… 석유 싼값에 얻을 수도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면교사 삼아 핵무기 개발을 서두를 것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분석했다. 서방이 러시아 제재ㆍ압박에 ‘올인’ 하는 덕분에 북한은 관심권에서 멀어져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짚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15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무력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은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사례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 제재를 피해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이 과거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한 데서 비롯됐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구소련 시절부터 보유해 온 핵무기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러시아ㆍ미국ㆍ영국이 안전을 보장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1994년 체결했으나, 협정 당사국인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당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얻은 교훈은 간단하다. 절대로,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북한은 핵개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 횟수도 2020년에는 4차례, 지난해에는 8차례였으나, 올해는 벌써 15차례로 크게 늘었다. 지난 3월에는 대륙간탄도마사일(ICBM)을 쏘아 올리며 모라토리엄(발사 유예)을 파기했다. ICBM 시험발사는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북한군 설립 90주년 열병식에서도 핵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이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을 복구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 핵실험을 재개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거나 견제할 여력은 없다. 벌써 석 달째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있는 러시아를 상대하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에 도리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안킷 판다 카네디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에는 흥미롭고 의도치 않은 결과가 있다”며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완전히 고립되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에 제재를 이행할 의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짚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미국ㆍ영국ㆍ프랑스 등 ‘서방 진영’과 러시아ㆍ중국 ‘반서방 진영’으로 갈라진 탓에 유엔 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추진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란코프 교수는 “중국이 북한 핵실험을 반기지는 않겠지만 이를 묵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이 추진 중인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도 북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대북 제재에 구애받지 않는 러시아와 거래를 시도해 싼 값에 러시아산 석유를 들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라몬 파체코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유럽연구소 의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더 많은 경제적 지원과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석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식량과 비료 등 북한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경제적 지원이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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