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첫방] 의사 실수로 임신한 임수향…'우리는 오늘부터', 막장의 향기

입력
2022.05.10 07:30

'우리는 오늘부터'가 시작부터 매운맛 막장 드라마의 기운을 풍겼다. 앞서 많은 이들이 무리수 전개 작품들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해온 상황 속에서 이 드라마가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지난 9일 SBS 새 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가 첫 방송됐다. 이 작품은 혼전순결을 지켜오던 오우리(임수향)가 뜻밖의 사고로 라파엘(성훈)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오우리의 어머니 오은란(홍은희)은 아이돌이 되고 싶어 했지만 미혼모가 되면서 꿈을 이루기 어렵게 됐다. 오우리는 오은란이 이에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혼전순결을 다짐하게 됐다. 이강재(신동욱)는 연인 오우리의 신념을 이해하고 존중해 줬다.

라파엘은 위암 완치 후 이마리(홍지윤)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이후 아버지 김덕배(주진모)를 찾아가 항암치료를 받기 전 정자를 얼려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게 하나밖에 없다. 내가 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밖에 없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운명의 끈으로 연결된 사람이 있을 듯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이 마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마리는 라파엘의 마지막 정자를 빼돌려 인공수정을 하려 했다. 그러나 환자가 바뀌면서 오우리가 라파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됐다. 인공수정을 담당했던 의사는 오우리와 오은란에게 무릎을 꿇었다. 라파엘은 오우리는 첫 키스 상대였다. 오우리는 이강재의 청혼에 "나 임신했다"라고 답했다.

앞서 '우리는 오늘부터'는 오는 27일 첫 방송 예정인 MBC '닥터로이어'와의 주연 편성 겹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OTT 공개 예정이었던 '우리는 오늘부터'가 SBS 5월 드라마로 편성되면서 임수향은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게 됐다. '닥터로이어'의 관계자는 본지에 "SBS는 당사에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는 등의 과정도 없이 일방 통보로 일을 진행했다"며 "지금 같은 경우는 업계 상식을 벗어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 속에서 '우리는 오늘부터'는 방송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정정화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찾았을 때 임수향이 두 작품에 나온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낄지 오히려 좋아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답에 대해 자신이 있다. 임수향 배우는 이 나이 또래에서 연기력으로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내세운 승부수는 임수향의 연기력이었다.

정 감독의 말을 증명하려 노력하듯 임수향은 오우리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소심한 듯 엉뚱한 오우리의 성격이 임수향의 표정과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와 성훈 신동욱의 케미스트리도 시선을 모았다. 오우리는 첫 키스 상대 라파엘을 만났을 때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강재의 앞에서는 따뜻한 여자친구의 면모를 드러냈다.

많은 막장극들이 비판 속에 막을 내려온 가운데 '우리는 오늘부터' 또한 일상에서 일어나기 지극히 어려운 이야기들로 극을 채웠다. 정자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하필 엉뚱한 사람이 인공수정 시술을 받게 됐고 의사의 실수로 임신한 환자의 아이 아버지는 과거 인연을 맺었던 상대였다. 정 감독은 앞서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극적 허용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무리수 전개는 자극적이었지만 대중이 공감하기엔 쉽지 않았다. 그저 그런 매력을 지닌 막장 드라마가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오늘부터'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편 '우리는 오늘부터'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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