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세계산림총회' 한국에 영광과 함께 숙제도 남겼다

입력
2022.05.10 04:30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첫 온ㆍ오프라인 개최  총회
역대 최대 총회보다 두 배 많은 “1만5,000명 참여”
세계 산림인 축제에서 지구문제에 신호 발신 무대로
 "플라스틱 대신 목재의 건강한 이용으로 탄소중립"

아시아에선 44년 만에 서울서 개최된 제15차 세계산림총회(WFC)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세계 각국 정상이 탄소중립을 위해 6개월 전 영국에서 합의한 ‘글래스고 선언’을 이행할 보다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하고, 실천을 위한 합의를 끌어내는 성과를 올렸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산림청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6일 코엑스에서 온ㆍ오프라인으로 열린 WFC에 약 1만5,000명이 참여했다. 당초 예상(1만2,500명)보다 많고, 14차 총회보다는 두 배가량 큰 규모다. 덕분에 ‘성공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국제행사지만, 한국은 그만큼 더 큰 책임도 지게 됐다. 박은식 산림총회 준비기획단장은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사막화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에 지구인이 머리를 맞댄 것”이라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폐막 직전 참가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서울 산림선언’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다. 개발도상국의 열대우림 파괴 중단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은 참가자들은 산림보호를 위한 관련 재원을 2030년까지 3배로 늘리고, 산림을 통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토지 황폐화, 빈곤, 기아 등의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6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산림총회가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각국 정상들이 산림 보호를 위한 재정 분담 이야기를 꺼낸 지 6개월 만에 열려 더 큰 관심을 끌었다”며 “역대 산림총회에서 이번처럼 구체적인 숙제를 남긴 총회는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세계산림총회는 전 세계 산림인들의 축제로 여겼지만, 서울에서 열린 이번 총회를 기점으로 국제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보다 큰 목소리를 내는 무대 내지는 스피커가 됐다는 것이다.

FAO의 마리아 헬레나 세메도 사무부총장은 총회 결과에 “아주 만족한다”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선언문을 발전시키고, 더 많은 나라의 참여를 끌어내야 하고, (서울 산림선언문을 발표한) 한국이 향후 5년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이번 총회 폐막에 이어 코트디부아르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CCD) 당사국 총회를 시작으로, 연말 이집트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등의 당사국 총회 무대에서 서울 산림선언이 각국에서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총회 참가자들은 기후변화 대응 수단으로 산림과 목재의 탄소 저장 기능이 부각되고 있는 목재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세메도 사무부총장은 “목재는 포장재, 가구 제작 및 건축 자재 등 다양한 곳에서 플라스틱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탄소 중립, 순환형 바이오경제를 위해 목재가 필수적이고, 목재의 건강한 이용은 장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 전 14차 WFC를 개최한 매기 마코토 소튜 남아공 농업 차관은 “산림 훼손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개도국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 총회에서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우리의 결의가 어떻게 이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초카 세계산림총회 사무처장은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행동의 시급성이 이번 총회를 통해 강조된 것은 고무적”이라며 “지혜와 지식이 있는 우리가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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