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글도 없이 편안히 가셨다"… 김지하 시인 빈소 애도

입력
2022.05.09 15:49
24면
정치·문학·출판계 애도 물결
"가족 손잡고 편안히 생 마감"

8일 향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은 마지막 미소를 남긴 채 평온한 얼굴로 유족과 작별했다. 그의 빈소가 차려진 강원 원주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는 9일 애도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화를 보냈고, 최문순 강원지사와 박노해 시인을 비롯한 문학 및 출판계 인사들도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과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과 손학규, 이재오 전 국회의원과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를 포함한 원주 지역사회 인사들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이선경 원주시민연대 대표는 "시인이자 민주화에 역할을 한 고인이 떠나자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민주화와 문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시인을 추모하는 글이 이어졌다.

고인의 차남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함께 사는 가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보고 웃음을 보이신 뒤 평온하게 가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1주일 전 입원했을 때 며느리와 가족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많이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죽조차 넘기지 못한 그였지만 어느 때보다 편안한 모습이었다는 게 유족들의 얘기다. 고인은 10여 년 전부터 지병으로 투병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적(五賊)' '타는 목마름으로' 등을 쓴 저항시인이자 민주화운동가인 고인은 전날 오후 4시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발인은 11시 오전 9시. 장지는 부인 김영주씨가 묻힌 원주시 흥업면 선영이다. 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의 외동딸이자 원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영주씨는 1973년 김 시인과 결혼했으며,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박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