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외 여건 악화로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에 따른 공급망 훼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의 금리인상 가속화로 경기 후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9일 발간한 KDI 경제전망 5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더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KDI는 3월 ‘불확실성 확대’에서 4월 ‘하방위험 확대’로 경기 우려 강도를 높인 바 있는데, 이달에는 하방위험이 ‘더욱 확대’됐다며 표현 강도를 높였다.
대외 여건 악화 요인으로는 공급망 교란과 주요국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주요 도시의 ‘극단적 봉쇄 조치’가 이 같은 공급망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제약되고 있다”며 “대 중국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자동차 등 일부 산업 생산 차질이 지속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4월 수출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하면서 3월(18.2%)보다 그 폭이 다소 둔화됐다. 특히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의 경우 3월 16.6% 증가에서 4월에는 4.3% 감소로 전환됐고, 러시아(-70.5%), 우크라이나(-84.9%)로의 수출도 대폭 감소했다.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는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4월 말 기준 국채 3년물 금리는 2.96%로 3월 말 대비 30bp(0.3%포인트) 올랐고, 원 달러 환율도 한 달 새 43.8원 오른 1,255.9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내수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보다 3.7% 증가했고, 소매판매는 2.3% 늘어났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3.8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높아졌고, 신한카드가 추정한 신용카드 사용액도 전년 대비 11.5% 늘었다. KDI는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서비스업 회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