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공해 상에서 적성국의 항공모함을 맞닥뜨린 기분이 어떨까. 대만의 한 어민이 대만에 위력 시위를 벌이려는 중국 항공모함과 해상에서 조우한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9일 중국 관찰자망과 대만 연합망 등에 따르면, 50년 이상 어부 생활을 해온 장관다씨는 지난 2일 대만 북동부 이란현 인근 해역으로 조업에 나섰다. 이란현 앞바다는 대만섬과 중국·일본 간 분쟁 지역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둔 바다로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해역이다.
고기잡이에 한창이던 장씨 눈앞에 한 무리의 군함들이 나타났다. 10여 척의 군함이 떼를 지어 기동하고 있었고, 이 중 가장 가까운 군함은 장씨 어선과 불과 1~2해리(1.8~3.7㎞) 거리에 있었다. 군함 무리 중 한 척은 유달리 컸고, 얼핏 봐도 전투기를 싣고 다니는 항공모함인 것이 분명했다.
장씨는 "항공모함과 구축함들이 다른 군함들로부터 호위를 받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기동했다"며 "(항공모함이 나타나자) 어선에 있는 위성 전화도 먹통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함대는 장씨 어선이 조업 중인 것을 보고 방향을 틀어 일본해(동해)쪽으로 빠져 나갔다"고 한다.
장씨가 이날 조우한 군함 무리는 중국의 1호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앞세운 항모 전단으로 파악됐다. 대만 지역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9일 성명을 내고 해군과 공군이 6~8일 대만 동부와 남서 해역 상공에서 합동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중국의 첫 번째 항모인 랴오닝함이 이끄는 항모전단과 폭격기와 전투기, 대잠 초계기 등이 참가했다고 인민해방군은 설명했다. 장씨는 자기 나라 인근 해상에서 훈련을 벌이기 위해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을 통과 중인 중국 항모 전단을 맞닥뜨렸던 셈이다. 그는 "50년 어부 생활 중 그렇게 큰 군함은 본 적이 없었다"며 "너무 놀랐다"고 당시 떨렸던 기분을 전했다.
랴오닝함은 길이 303m, 5만5,000톤급으로 함재기 J-15 등 24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다. 지난 6일 중국 군용기 18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는데, 이 군용기들 역시 랴오닝함에서 발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7일과 8일에도 군용기를 대거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출격시켰고, 대만 전투기도 출격해 경계 작전을 폈다.
인민해방군은 이번 훈련 목적에 대해 "복수의 군종을 동원한 공동 전투능력을 시험하고 향상할 목적이 있다"고만 설명했다. 다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랴오닝함 전단이 최근 며칠간 훈련한 필리핀해 동쪽 해역은 대만에서 '무력통일 작전'이 일어날 경우 외부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고 평가했다. 이번 훈련이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위력 시위 목적을 깔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