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시기 저금리 기조를 발판 삼아 1,800조 원 가까이 부채를 늘려왔던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된 데다, 국내 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3,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에선 미국 기준금리가 7월까지 단숨에 1.0%포인트 오르고 연말엔 3%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빅스텝은 미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차근차근 높인 한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년 3개월 동안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 인상을 통해 1.50%로 높였는데, 연말 2.25%까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를 최소화하고 물가를 누르기 위해 0.25%포인트씩 세 차례 높이는 시나리오다.
기준금리 인상은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저금리 국면에서 1,755조8,000억 원(지난해 말 기준)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에 충격을 준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권 조달 비용 증가로 대출금리도 높아져서다.
금융권에선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섰기 때문에 7%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해 말 대비 1.6%포인트가량 올랐는데, 미국의 긴축 행보가 본격화된 만큼 국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는 이전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연말 2.25%까지 뛰면 0.5%였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증가하는 이자만 23조3,828억 원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 시 1인당 연간 이자는 16만1,000원으로 늘어난다는 한은 분석을 감안하면 연말 차주별 이자 부담 증가액은 112만7,000원으로 추산된다.
'이자의 역습'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국내 가계부채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우선 빚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20대 청년 등의 2금융권 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2,729억 원(1.0%) 늘어나는 등 취약차주 부채의 질이 나빠졌다.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전 연령대 통틀어 5,000명 감소한 반면 20대는 37만4,000명으로 5,000명 늘었다. 또 소득의 98%를 빚 갚는 데 쓰는 등 여윳돈이 없는 적자가구는 전체의 17.2%인 354만 가구(금융연구원)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지만 가계는 당장 이자가 싼 변동금리 대출을 더 선호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19.5%로 오히려 전달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금리가 약 0.6%포인트 높기 때문이지만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는 모두 가계부담으로 돌아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완만하게 서서히 올려야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며 "가계는 그동안 미뤘던 원리금 상환에 나서야 하는 등 부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