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수장인 박범계 장관이 6일 이임식에서 취임 후 1년 4개월간의 소회를 밝혔다. 박 장관은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장관에 이은 현 정부 4번째 장관으로 스스로를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로 칭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검찰개혁이 역행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검찰개혁은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지난 20년 마르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검주민수(檢舟民水)'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하며 "검찰은 배요, 국민은 물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국민을 최우선으로 놓고 일한다면 검찰개혁의 강은 잔잔할 것이나 반대라면 강은 사납게 요동칠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의 집단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검찰개혁이 국민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고 국민 눈높이에 함께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여전히 진행형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평검사, 부장검사 대표회의에서 나온 수사 공정성에 관한 성찰과 변화의 목소리에서 희망과 미래를 봤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검사들이 지금보다 더 자율적이길 원한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과 공감하는 공존의 정의를 추구하는 검사, 여성 대상·디지털 성범죄에 분노하고 용납하지 않는 검사, 가족의 파편화 속에서 학대받는 아동 인권보호를 위해 팔 걷어붙이는 검사, 일터에서 전장처럼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려고 애타는 검사 모두가 검찰 조직에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언급했다.
그는 "검사들이 다양한 생각과 전문성을 갖추고 고르게 평가받고 발탁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며 "그것이 제가 못 이룬 검찰개혁의 나머지 숙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 장관은 새로 출범할 정부를 향해 "대한민국은 중단 없이 발전하고 또 전진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가 뒷걸음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이임식 전 취재진과 만나 "취임 당시 '검찰개혁 마무리 투수'를 자임했지만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직제개편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정비 등 많은 노력을 했고 검찰의 변화를 체감했는데 후퇴할까 염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한 여야 대치를 두고는 "마주보는 기관차처럼 충돌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성과가 무위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아울러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 권한을 법무부에 맡기겠다는 윤석열 정부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18개 부처 중 하나인 법무부가 나머지 부처의 국무위원을 검증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헌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임식에는 법무부 과장급 이상 110여 명과 교정·출입국기관 등에서 간부들이 참석했다. 검찰 간부 중에선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김관정 수원고검장이 자리했다. 박 장관이 제출한 사직서는 오는 9일 수리될 예정이다. 사표가 수리되면 박 장관은 국회로 돌아가게 되며, 당분간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