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드라이브는 쇼, 퍼트는 돈’(Drive for show, putt for dough)이라고 한다. 장타로 상징되는 드라이브 샷은 당장 보기에 좋을지 모르나, 중요한 상황에서 쏙쏙 들어가는 퍼트가 스코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에게도 퍼트가 성적을 좌우했을까. 장타를 쳐 남들보다 거리를 더 내거나, 어프로치샷을 홀에 잘 붙이거나, 퍼팅을 집어넣는 것 등 모두 골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성적과 가장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이언 샷으로 그린을 노리는 그린적중률(파온 확률)이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샷을 분석한 결과 톱랭커들은 대부분 그린적중률 부문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신경 쓰는 드라이브 거리는 프로들에게는 성적과 직결되지는 않았다. 올 시즌 KLPGA 투어 최장타자는 윤이나(19)로 평균 262.5야드를 날렸다. 그러나 상금 순위 26위에 그쳤다. 윤이나 뒤를 이어 김유빈(24)이 평균 260.4야드를 날렸지만 상금 순위는 90위로 하위권에 처져있다. 드라이브 거리 4위(256.3야드)를 달리고 있는 문정민(20) 역시 상금 순위는 46위에 불과하다. 드라이브 거리 3위(258.6야드)의 이소미(23)만이 상금 순위 8위로 선전했다.
그렇다면 ‘돈’으로 표현되는 퍼트 실력은 성적과 관련이 있을까. 퍼트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라운드당 평균 퍼팅수 기록도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균 퍼팅수 28.54개로 1위에 올라있는 김새로미(24)는 상금 순위 54위다. 평균 퍼팅수 28.71개로 2위인 나희원(28)은 상금 49위다.
김새로미의 그린적중률은 61.6%로 107위, 나희원은 59.9%로 111위 불과하다. 즉 대부분 파온을 못하고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홀에 붙인 뒤 퍼팅을 해 퍼팅 성적이 월등히 좋은 것이다.
반면 올 시즌 상금 톱랭커들은 대부분 그린적중률에서 상위권에 포진했다. 올 시즌 4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1차례 우승을 포함해 4차례 모두 톱10에 들며 상금 순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해란(21)은 그린적중률이 78.5%로 3위에 올라있다.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2위인 박지영(26)은 79.2%로 그린적중률 공동 1위다. 박지영과 함께 그린적중률 1위에 올라있는 이소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참가를 위해 국내 대회 경기를 1차례 빼먹었지만 상금순위 8위에 올라있다.
이처럼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높은 선수들이 상금 톱랭커에 오르는 것은 이전 시즌에도 비슷했다. 지난 시즌 상금왕 박민지(23)는 그린적중률 3위, 2위 임희정(22)은 그린적중률 7위, 3위 장하나(30)는 그린적중률 2위였다. 2020 시즌 역시 상금 1위 김효주(27)는 그린적중률 9위, 상금 2위 유해란은 그린적중률 5위, 상금 3위 장하나는 그린적중률 2위였다.
KLPGA 투어에서만큼은 ‘드라이브는 쇼, 아이언은 돈’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