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동안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군림하던 근대 5종이 '종목 교체'를 앞두게 됐다. 공정성 논란에 빠진 승마가 제외되고 ‘장애물 경기’가 새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근대5종연맹(UIPM)은 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승마를 대체할 시험 종목으로 장애물 경기(Obstacle Discipline)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종류의 장애물 경기를 후보로 올렸다”면서 “6월 터키 앙카라 월드컵 파이널 직후부터 시험 운영을 거쳐 추후 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종목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식은 소개되지 않았다. 다만 새 종목이 확정되더라도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기존대로 수영 펜싱 승마 육상 사격으로 구성된 근대 5종이 진행되고 이후 종목을 변경한 5종이 정식으로 적용된다.
그동안 근대5종은 육상과 사격을 결합한 ‘레이저 런’이 도입되긴 했지만, 그래도 5개 종목의 틀은 유지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종목 교체'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당시 여자부 아니카 슐로이(독일)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승마 종목을 진행하던 중 말이 갑자기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는 등 말을 듣지 않아 ‘0점’을 받고 말았다. 선수에게 무작위로 말이 배정되는 승마 경기에서 선수는 말과 교감할 시간 없이 20여분 만에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실력이 아닌 운에 의존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쌓여왔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결국 세부종목 교체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이번 결정에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남자부 금메달리스트 조지프 충(영국)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승마 대체 종목 논의 과정에서 선수가 중심이 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선수 단체 조사 결과 대다수가 UIPM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한편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전령을 전달하는 19세기 젊은 프랑스 기마 장교를 모델 삼아 고안한 것으로 알려진 종목이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열렸다. ‘근대5종 선수만이 올림픽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올림픽의 상징성을 지닌 종목이다. 하지만 여러 경기장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등 난제가 적지 않아 ‘올림픽 퇴출’ 위기에 놓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