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산은 부산 이전’ 공약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산은 이전 예정 지역권인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권 시절 가장 큰 특혜를 받은 지역으로, 자생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정부의 산은 부산 이전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잘못된 결정은 되돌릴 수 없는 폐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산은의 새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는 부산 일대 지역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한국의 알짜산업은 부산·울산·포항·창원·거제가 다 가지고 있다”며 “국가의 집중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이제는 자생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금융학자로서도 산은의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의 부산 이전으로) 부울경 지역에서 2조~3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학자로서 보기에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황당한 주장은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올해 1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불승인으로 무산된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합병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기업차원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매각 실패의 책임을 이전 정부로 돌리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이 회장은 “2015~2016년 조선업계를 ‘빅2’ 형태로 재편하려 했을 때 (현대중공업 또는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을 진행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당시 정부자금이 지원되고 3자 체제가 유지되는 바람에 (이제는 합병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할 경우 도덕적 해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 회장은 또 다른 현안인 쌍용차 매각과 관련해서는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낮아 정부의 자금지원만으로 회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고, KDB생명보험은 재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기 5년에 대한 자평도 이어졌다. 그는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현대상선 등 11개 기업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며 “또 취임 당시 (구조조정 손실금액이 커) 한 푼도 내지 않던 법인세와 배당금을 (구조조정 성공, 수익성 개선 등으로) 5년간 총 2조2,102억 원을 납부할 만큼 (국가경제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