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이용진, 17년 만에 맞이한 전성기

입력
2022.05.04 08:59

코미디언 이용진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웃찾사' 당시 양세형 양세찬 등 함께 활약했던 희극인들 속에서 이용진의 존재감은 비교적 희미했다. 하지만 이용진이 자신의 주특기를 유튜브로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시청층이 팬덤으로 형성됐다.

최근 유튜브 콘텐츠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시작한 이용진은 이제 예능 단독 MC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4월 tvN '조립식 가족'부터 Mnet '마이 보이프렌즈 이즈 베러' '퀸덤2', JTBC '우리 사이', 채널S '신과 함께 시즌3', 왓챠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등 총 6편을 동시에 합류하면서 방송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용진이 갖고 있는 키워드는 MZ세대 공략이다. 사실 이용진은 기성세대에게 더욱 익숙한 코미디언이었다. 지난 2005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데뷔한 이용진은 '웅이 아버지' 등 특유의 재치 있는 코미디로 꽤 인기를 얻었다. 이후 tvN '코미디빅리그'로 무대를 옮겼고 11년째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후 소소하게 활동을 이어왔던 이용진은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서 자신의 강점을 마음껏 발휘,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냈다. 스튜디오 와플 제작인 '터키즈 온 더 블럭'은 이름부터 '유퀴즈 온 더 블럭'을 연상하게 만든다. 비록 유재석의 깔끔한 진행은 없지만 술집, 노래방 등 가리지 않고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로 나타나는 이용진의 마성이 제법 볼만하다. 담배 브랜드 노출부터 노골적인 PPL까지 가감없는 이 B급 예능은 MZ세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노렸다.

출연하는 연예인들도 다채롭다. 좀처럼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장기하 박재범 주우재 등이 나와서 이용진의 입담에 스스럼없이 무너졌다. 방송 초반 캐릭터성 강한 예능인들이 주로 나왔다면 이제는 영화나 신보를 홍보하기 위한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주우재의 경우 "여기는 진짜 체계가 없다"라는 명대사를 만들면서 지난 2일 기준 440만 회를 기록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40만 명 구독자였던 스튜디오 와플 채널은 5월 기준 95.5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터키즈 온 더 블럭'을 연출한 심우경 PD는 미디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차세대 크리에이터로 평가됐다.

'터키즈 온 더 블럭'에서 이용진의 진가가 가장 발휘됐던 순간은 트러블 메이커 비프리 출연 영상이다. 현직 개그맨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내뱉는 순간 이용진은 기분 나쁜 티를 낼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비프리를 더욱 자극하면서 웃음에 집중했다. 급기야 비프리 앞에서 춤까지 추면서 유머스럽게 상황을 이어나갔다.

이용진의 거침없는 인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 같은 채널에서 운영하는 '바퀴 달린 입'이다. 이 역시 B급 예능 장르 안에서 유튜버들과 함께 수위 높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주 특징이다. 이용진을 비롯해 뱃사공 풍자 곽튜브의 근본없는 토론이 펼쳐지는데 묘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깻잎 논쟁, 여사친·남사친, 결혼 전 동거 등 마이너 감성을 공략하는 네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탄력이 붙었고 급기야 최근 영상 평균 조회수로 '터키즈 온 더 블럭'을 넘어섰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큰 수확이다.

여기에는 11년 동안 우직하게 tvN '코미디 빅리그'를 이끌어온 이용진의 순발력과 진행력이 있었다.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긴 시간 내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했던 그의 경력이 기반이 됐다. 묵묵하게 자리를 지켰기에 찾아온 꿀 같은 순간일 터다. 이용진의 전성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가가 MZ세대 시청자에 집중하는 현 시점에서 이용진은 달콤한 장점들을 지닌 진행자이기 때문이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