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 vs 반즈… 진격의 롯데, 4월 MVP는 집안 싸움?

입력
2022.05.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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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23)와 찰리 반즈(27)가 투·타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4월을 보내며 시즌 전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던 롯데의 초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월간 MVP도 집안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팀당 25, 26경기씩 치른 2일 현재 롯데는 15승 9패 1무로, SSG(19승 6패 1무)에 3경기반 차 뒤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직후 10경기에서 5승 5패로 중위권을 맴돌더니, 최근 10경기에선 7승 2패 1무로 힘을 내며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4월 마지막주 LG와의 주말 3연전을 쓸어담았다. 롯데가 LG와의 3연전을 싹쓸이한 건 2012년 6월 이후 약 10년 만이다.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와 새 외국인 선수 찰리 반즈가 거인 군단 돌풍의 핵이다.

먼저, 한동희는 2018년 데뷔 이후 5년 만에 잠재력을 완전히 터트리며 올 시즌 최고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타율 리그 1위(0.436)로, 극심한 ‘투고타저’를 겪고 있는 올 시즌 리그에서 유일한 4할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2위 한유섬(SSGㆍ0.393)과도 제법 차이가 있다. 이 외에 홈런 1위(7개) 최다안타 공동 1위(41개) OPS 1위(출루율+장타율, 1.257) 득점권타율 1위(0.500) 등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타점 2위(22점) 득점 3위(17점)는 덤으로 느껴질 정도로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마운드에선 ‘좌승사자’ 반즈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KBO리그에 첫선을 보인 반즈는 6경기에서 5승(무패)을 거두며 다승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평균자책점 0.65로 정규 이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1위고, 승률 공동 1위, 탈삼진 2위(45개)다. 특히 좌타자 상타 피안타율이 0.081에 불과해 ‘좌승사자’(좌타자 상대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5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올라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41.1이닝)한 점도 눈에 띈다.

한동희와 반즈, 두 선수 중 한 명이 4월 MVP를 받는다면 롯데 소속 선수로는 브룩스 레일리(2017년 10월) 이후 4년여 만의 수상자가 된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MVP 1명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반즈와 박세웅, 이대호, 한동희 등 여럿을 열거하면서 “야구는 한 선수로만 할 수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구도’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가 오랜만에 선전하자 팬들도 관중수로 화답하고 있다. 김광현과 박세웅이 맞붙었던 지난 27일 사직 SSG전에 이어, 주말 롯데-LG전에는 모두 2만 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했다. 롯데는 이번 주 수원에서 KT와 어린이날 주중 3연전을, 주말엔 부산 삼성전을 치른다. 수도권에서 일으킨 돌풍이 부산까지 이어진다면 주말 경기에선 올 시즌 첫 매진도 기대할 수 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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