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지난 27일 수원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을 승리하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뒤 눈물을 보였다. 지난 시즌 우승 순간에도 감정을 다스렸던 김 감독은 "작년 우승했을 때보다 기분이 더 좋다. 일부러 강한 척을 많이 했는데 괜히 눈물이 난다"며 울컥했다.
정규리그 3위로 '봄 농구'를 시작한 KGC인삼공사로선 부상을 당한 1옵션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 없이 거둔 성과였기에 그럴 만도 했다. 6강 PO에서 대구 한국가스공사를 3연승으로 완파했고, 4강 PO에선 1패 뒤 3연승으로 예상을 깬 역전 스윕 시리즈를 일궜다. 이제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정규리그 1위다. 2위 KT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다. 하지만 상대가 서울 SK라면 얘기가 다르다. SK는 이번 시즌 유독 KGC인삼공사만 만나면 꼬리를 내렸다.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KGC인삼공사가 5승 1패로 압도했다. 올 시즌 SK의 16연승을 저지한 것도 KGC인삼공사였다. 이쯤 되니 SK도 "KT가 올라오길 바랐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단기전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입증했다. 포스트시즌 10전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펠맨을 비롯한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 여파와 체력 부담이 걸림돌이지만 이번에도 흐름을 타면서 2연패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36세의 대릴 먼로가 스펠맨 몫까지 투혼을 발휘 중이고, 오세근 문성곤 전성현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야전사령관' 변준형은 4강 PO 3, 4차전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하면서 베테랑 김선형(SK)과의 대결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SK는 '천적' 관계를 잊고 정신력만 다잡으면 정규리그 1위의 자존심을 지키고 구단 사상 첫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정규리그 40승(14패)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SK는 4강 PO에서 고양 오리온을 3연승으로 제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정규리그 국내ㆍ외 최우수선수(MVP)인 최준용과 자밀 워니가 건재하고, 김선형 안영준 최준용 등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최준용이 4강 PO 3차전에서 부상을 당해 교체됐는데 SK 구단에 따르면 챔피언결정전 출전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전 4승제로 치러지는 SK와 KGC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은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