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가 이어진 올해 1분기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정유사는 고유가 덕을 톡톡히 보며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반면 석유화학사는 치솟은 원가 부담에 영업이익이 뒷걸음질했다.
에쓰오일은 1분기에 매출 9조2,870억 원, 영업이익 1조3,320억 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신기록이다. 매출은 1년 전보다 78.3%, 영업이익은 111.7%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1조1,946억 원)를 훌쩍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2008년 2분기에 세운 종전 최고기록(7,041억 원)보다 배 가까이 많다.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치솟은 데다 유가 상승으로 재고 이익(5,620억 원)이 급증한 결과다. 러시아 사태에 따른 공급 차질로 기름값은 연일 뛰는데 각국이 코로나19 국면을 끝내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석유제품 수요는 증가세다. 정유사로선 최고의 영업환경인 셈이다. 에쓰오일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등으로 만들어 파는 '정유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90%인 1조2,000억 원을 거뒀다. 에쓰오일은 정제마진 초강세에 대응해 정제시설 가동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99.6%까지 끌어올렸다.
2분기 전망도 밝다. 원유 공급 차질로 상반기 내내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일 걸로 예상돼서다. 더구나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2, 3분기는 차량 운행도 급증해 정유업계의 성수기다.
반면 석유화학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날 공개된 LG화학 1분기 실적은 매출 11조6,081억 원, 영업이익 1조243억 원이다. 매출은 1년 전보다 20.4% 늘며 분기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영업이익은 27.3% 급감했다. 시장의 영업이익 전망치(8,953억 원)를 웃돌아 나름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어도 지금 같은 고유가 상황이 계속된다면 2분기 실적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원자잿값 폭등, 공급 과잉, 수요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여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입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업계는 최근 정부에 한시적으로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없애 달라며 '긴급할당관세'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