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이 가해자 구속을 지시했으나 공군 법무실장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 측은 이 중사 사건을 맡을 특별검사에 국방부 및 공군 수사당국과 이해관계가 없는 공정한 인사를 임명해 '봐주기 수사'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이 중사 유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성용 전 총장이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구속 수사를 지휘했지만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이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입수한 이 전 총장의 '사실확인서'가 주장의 근거다.
단체들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이 중사 사망 이틀 뒤인 지난해 5월 24일 전 실장과 군사경찰단장을 불러 '2차 가해 여부를 확인하고 가해자 구속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6월 1일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첩되기까지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은 "가해자 소환은 언론 보도가 예정된 5월 31일 오후에야 진행됐고, 총장 지시에도 묵살됐던 구속 조치 또한 그제서야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장이 지난해 6월 7일 국방부 감사관실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했는데도, 국방부 검찰단의 '부실수사 의혹' 수사 과정에 확인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방부 검찰단은 전익수 실장을 포함한 수사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지만 지난해 10월 전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단체들은 "국방부 검찰단은 확인서 입수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그 내용을 군 수뇌부의 봐주기 수사 여부 판단에 반영하지도 않았다"며 "결국 '성역 있는 수사' '방탄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이 중사 사건 특검은 국방부 장관 이하 수사 대상자들과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5일 이 중사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가결했다. 법안엔 국회가 법원행정처와 대한변호사협회(변협)로부터 각각 2명씩 특검 후보를 추천받아 교섭단체 협의로 최종 2인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