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6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기초로 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결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물밑으로 '선거 범죄' 수사권을 올 연말까지 검찰에 한시적으로 두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국민의힘은 거부했다. '4월 중 입법'을 위한 민주당의 속도전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으로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의당이 제시한 대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의 본회의 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표결 등에서 정의당 협조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당초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중 부패·경제 범죄는 1년 6개월간 존치하고, 나머지 4개 분야는 4개월 존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의당의 대안은 선거 범죄에 한해 올 연말까지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두는 내용이다. 6월 지방선거 일정과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6개월)를 감안해 올 연말까지 검찰의 수사권을 존치함으로써 '정치권 방탄용'이란 여론의 의구심을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정의당이 제안한) 부패·경제 범죄에 선거 범죄까지 셋은 유예하되, 부칙에 1년 6개월 후 폐지한다는 내용을 조문으로 담자고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고 물밑협상의 결렬을 알렸다.
국민의힘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가 포함되지 않는 한 검수완박 법안을 합의 처리하지 않겠다"며 "필리버스터 등 국회법이 정한 절차와 수단을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2022년 12월 말 이후의 선거 범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국회의원이 선거 범죄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정의당의 대안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박 의장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 대상에 공직자·선거 범죄를 추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이 "공직자·선거 범죄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형 FBI가 담당하면 된다"고 밝히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당 간 물밑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주당은 곧바로 법사위 법안소위를 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는 검사의 직무 중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의 종류를 '부패·경제 범죄' 두 가지로 엄격히 제한했다.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 등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일부 인정했다. 검찰과 국민의힘 측 주장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다만 수사 범위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한정해 별건 수사도 봉쇄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상정되자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의석 수를 앞세운 민주당의 단독 처리를 지연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것을 염두에 두고 박 의장에게 27일 본회의를 개최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