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안보가 중요해진 시대에는 국방과 산업 양쪽 모두에 필요한 '일거양득 기술'을 집중 개발해야 합니다. 항공우주·드론 등 전장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이 곧 산업화되면 큰 부가가치를 올려 국가의 부도 함께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26일 미래 학자인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박일근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한국포럼에서 무릎을 맞댔다. '한국경제·과학기술의 미래와 정부의 역할' 대담에서 이 총장은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에 과학 인재 양성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학기술은 한미동맹 강화는 물론, 저성장 탈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설명했다. 이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 '한국 벤처 1세대의 아버지’라 불리는 과학자다.
-기술과 산업이 안보에 직결되면서 국제정치가 기존의 지정학(地政學)에서 기정학(技政學)으로 옮아가고 있다. 어떤 국가발전 전략을 취해야 하나.
"첫째, 한국은 미국과 군사와 더불어 산업, 기술, 장비·부품·소재의 공급망 분야에서까지 동맹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러면 국가 안보와 국방력 향상은 물론, 산업 발전까지 이뤄낼 수 있다.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에도 제조업 바탕의 강력한 생산력과 반도체·배터리·정보통신 산업 기술을 갖추고 있는 한국만 한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국방과 산업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일거양득 기술'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 항공우주, 양자 컴퓨팅, 원자력, 드론 기술 등은 국방 기술인 동시에 산업화되면 큰 부가가치를 올려 국부를 창출해낼 수 있다. 이를 미국과 함께 개발, 공유, 생산하면 긍정적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AI 시대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해커 양병설'을 주장해온 입장에서 인재를 어떻게 길러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은 AI 기술력에 의해 안보와 경제까지 결정되는 시대다. AI 인재가 안보와 경제력에 직결된다는 획기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100만 명 양성 목표를 세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어린 학생시절부터 소프트웨어와 코딩 교육에 힘써야 한다. 코딩은 간단히 말해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것인데, AI 시대에는 영어를 하듯 코딩을 할 수 있어야 활동력도 커지고 세계를 제패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코딩 교육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한국의 의무 코딩 교육시간은 52시간인데, 200~400시간씩 가르치는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하다.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보고 코딩 교육시간 확대를 해내야 한다."
-새 정부의 과학 정책 방향은 어디에 둬야 하는가.
"연구·개발을 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는 못하게 하면 좋겠다. 지금 연구 결과를 보면 95% 이상이 성공한다. 새로운 것, 해보지 않은 것을 할 때는 이런 높은 성공률이 나올 수 없다. 우리는 누군가 해봤던 것이거나 너무 쉬운 것들을 하고 있다. 이는 연구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비롯된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들을 배제하고, 실패를 용인해 조금 더 편하게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연구를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10년 후 활기찬 경제를 위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경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이다. 모든 사회·경제 분야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분야다. 둘째, '바이오 의료산업'을 개척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보면 이 산업은 반도체보다 규모가 4배 더 크다. 의료기기나 약품을 국산화하고 수출까지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력 양성과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규제 샌드박스를 더 많은 지역·영역에 둬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 지금은 대학 운동장에서 드론을 날리려 해도 두 달 전 경찰 허가부터 받아야 한다. 대학만이라도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 연구하게 했으면 좋겠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이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는 시대를 만들었으면 한다. 특히 청년들을 중심으로 자조적, 자포자기적인 표현이 나오는데, 이들을 배려하고 보듬어 희망을 주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