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수원 KT가 안양 KGC인삼공사의 주득점원 전성현(30)에 대한 수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내내 밀착 수비를 했는데도,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전성현의 슛이 터지고 있어서다. 2, 3차전을 내리 패한 서동철 KT 감독은 “전성현 수비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곤혹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26일 KBL에 따르면 전성현은 4강 PO 3경기에서 평균 32분14초를 뛰며 20.7득점에, 3점슛 성공률 40.0%를 기록중이다. 전날 열린 3차전에서는 3점슛 4개를 포함해 16득점을 올렸다. 전성현의 진가는 4쿼터 막판에 발휘됐다. 2득점 뒤 종료 13초를 남기고 수비수를 달고 3점슛을 성공시키며 83-77을 만들었다. 전성현의 막판 5득점이 없었다면 KGC인삼공사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전성현은 1차전부터 KT에게는 불편한 선수였다. 전담 수비를 붙였지만 잇따라 공격을 허용하며 27점이나 줘, 승리하고도 힘든 경기를 벌인 원인이 됐다. 12득점차로 완패한 2차전에선 승부처였던 2쿼터에 전성현을 중심으로 한 상대에게 24득점을 허용한 게 패인이 됐다. 조기에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각오와 다르게 전성현을 틀어막을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1경기만 더 내주면 시즌이 끝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성현은 군 복무 후 복귀한 2019년부터 장기인 3점슛 외에도 공격 루트를 다양화하며 KBL리그 대표 슈터(2년 연속 정규리그 3점슛 1위)로 진화했다. 그는 “입대 전과 다르게 코트를 넓게 사용하는 식으로 농구가 변화해 계속 움직이며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또 파울 유도, 드라이브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시도하면서도 동료들에게 볼을 돌려 팀 공격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성현에 수비가 집중되다 보니 오히려 수비 압박이 덜해진 오세근과 대릴 먼로, 변준형 등에게 슛 찬스가 열리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차전에선 먼로(22득점)가, 3차전에선 오세근(28득점)이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했다. “슛을 직접 많이 넣는다기보다는 그 선수로 인해 모든 선수가 득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이 4강 PO 핵심 선수로 전성현을 꼽은 이유다.
KT는 정성우가 전성현을 제대로 막지 못하자, 한희원 박지원까지 투입했지만 수비뿐만 아니라 서로 리듬이 깨지면서 득점력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정규리그에선 정성우가 빠른 발과 좋은 체력으로 밀착 수비를 벌여 평균(15.4득점)보다 낮은 13.6점으로 전성현을 틀어막았다.
이상윤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전성현이 수비에 적응이 된데다, 동료들이 이중으로 스크린을 걸어줘 정성우 혼자 막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지금처럼 주득점원이 다수가 되는 전성현 효과를 줘선 승리할 수 없다. 상대가 허훈을 이중삼중으로 수비하는 것처럼 도움수비까지 붙여 전성현이 볼을 못 잡게 하던지, 아니면 먼로나 오세근을 완전 차단하는 식의 선택과 집중력 있는 수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허훈과 전주 KCC 송교창이 이날 국군체육부대가 발표한 2022년 2차 국군대표(상무)선수 합격자 명단에 포함돼 다음달 16일 입대한다. 이 외에도 박정현(창원 LG), 김낙현·이윤기(대구 한국가스공사), 유현준(전주 KCC), 박준영(KT), 김훈·이용우(원주 DB), 박민우(서울 삼성)가 상무에 입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