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4세대 걸그룹, 외국인 멤버들의 반란

입력
2022.04.26 11:00

지금 K팝 신에서 4세대 걸그룹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탄탄한 실력부터 비주얼, 완성도 높은 곡과 퍼포먼스까지 갖춘 이들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해외 음악 시장까지 매료시키며 날로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그간 많은 K팝 걸그룹 선배들이 닦아온 길은 이들의 가파른 성장에 큰 자양분이 됐다. 여기에 4세대 걸그룹들이 더한 특별한 매력이 더해지며 시너지는 커졌다.

4세대 걸그룹, 달라진 '외국인 멤버'의 입지?

현재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4세대 걸그룹들에게서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바로 외국인 멤버들의 약진이다. 실제로 1, 2세대 걸그룹을 비롯해 바로 윗 세대로 꼽히는 3세대 걸그룹 시장에서도 팀내 외국인 멤버 합류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인 트와이스와 블랙핑크가 각각 일본과 태국인 멤버를 품으며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외국인 멤버가 존재하는 K팝 대표 걸그룹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하지만 4세대 걸그룹의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에스파의 닝닝과 지젤(은 한일 혼혈)·빌리의 츠키 하루나·아이브 레이·(여자)아이들 민니 우기 슈화·케플러 샤오팅 마시로 히카루 휴닝바히에 등 언뜻 떠오르는 팀별 외국인 멤버만 꼽아도 상당하다.

외국인 멤버들의 존재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이들이 선보이고 있는 활약이다. 대표적으로 빌리 츠키는 최근 '긴가민가요' 무대 직캠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며 팀의 인지도 상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여자)아이들의 우기와 민니 슈화 역시 외국인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팀내에서 상당한 활약을 펼치며 팬과 대중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콩순이' 인형을 닮은 외모와 MZ세대다운 매력으로 주목을 받은 레이 역시 아이브의 핵심 멤버인 장원영과 안유진 못지 않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중이다.

외국인 멤버의 약진, 이유는...

과거 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 멤버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던 점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K팝 걸그룹 시장에서 외국인 멤버들의 존재감이 커진 계기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K팝의 글로벌화에 있다. 2세대 걸그룹 시장에서만 해도 K팝 아이돌의 주 활동 무대는 국내였다. 소녀시대 등 몸집이 큰 걸그룹이 등장한 이후 활동 영역이 확대되긴 했지만 이 역시 일본 등에 국한돼 있었다.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에 나서며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예다.

K팝 그룹의 활동 반경이 비교적 좁았던 만큼 각 팀의 입장에서도 외국인 멤버의 합류는 그리 니즈가 크지 않은 선택 사항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늘 대중과 팬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른바 '센터'로 꼽히는 한국인 멤버였다. 때문에 당시까지만 해도 팬들 역시 외국인 멤버의 영입과 활동에 대한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K팝이 아시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각 소속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외국인 멤버 영입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다만 이들에게 국내 시장은 여전히 필수적으로 고지를 점해야 할 존재인 만큼 외국인 멤버들의 활약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며 국내 팬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초석을 쌓았다.

그 사이 달라진 K팝 팬들 및 대중의 인식 역시 이들의 약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K팝 그룹들의 해외 진출이 빈번해지고 과거에 비해 해외 히트곡, 유명 아티스트를 접할 기회도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외국인 멤버에 대한 심리적인 경계선이 무너진 것이다. 'K팝의 글로벌화'가 단순히 아이돌 그룹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아티스트와 팬 모두의 공통사항이 된 셈이다.

낮아진 심리적 경계선은 외국인 멤버들의 그룹 합류에도 한층 열린 시선을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 속 각 팀의 외국인 멤버들은 국내외 시장에 특화된 매력과 실력을 무기로 입지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흐름 속 다양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며 탄생한 새로운 변화다.

4세대 아이돌 시장이 아직 성장 중인 만큼 외국인 멤버들의 활약도 이제 갓 출발선을 지난 상태다. 이들이 보여줄 앞으로의 활약은 무엇일지, 이를 통해 또 한 번 변화할 K팝 아이돌 시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모인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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