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선제 공격을 의미하느냐는 지적을 받아온 ‘적 기지 공격 능력’의 명칭을 ‘반격 능력’으로 바꿀 것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적의 공격을 받기 전에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 데다 반격 대상은 ‘지휘 통제 기능’까지 포함한다. 이름만 바꿨을 뿐, '공격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일본 헌법상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 위배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2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안보조사회는 전날 회의를 갖고 방위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제언안을 큰 줄기에서 정리했다. 상대국의 미사일 발사 거점을 타격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반격 능력’으로 바꾸고 이를 보유할 것을 주장했다. 기존 명칭은 선제 공격에 대한 오해를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제언안은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염두에 두고 “요격만으로는 방위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격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 면에선 선제 공격 우려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안보조사회장(전 방위장관)은 기자들에게 “상대 측의 공격이 명확히 의도가 있고 이미 착수한 상황이라면 판단은 정부가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적이 공격에 들어갔다고 인정하면 실제 공격을 받지 않았어도 반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격 대상도 미사일 발사 거점뿐 아니라 “지휘 통제 기능 등도 포함한다”고 적시했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막연한 표현이다. 일본으로 말하자면 도심의 방위성이나 총리 관저도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방위비는 ‘5년 내 국내총생산(GDP) 2% 목표’를 명기하려던 초안에서 후퇴해, ‘방위비는 GDP 2%를 염두에 두고 5년 내 방위력을 발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 수준을 달성한다’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5년 내 현재 수준의 2배로 늘리자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란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안보에 대한 정세 인식도 러시아는 ‘현실적인 위협’, 중국은 ‘중대한 위협’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자민당은 이날 정리한 제언을 최종 확정해 다음주에 정부에 전달한다. 연내 안보 전략 관련 3개 문서 개정을 추진 중인 일본 정부는 자민당의 제언을 받아 검토에 들어간다. 다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신중한 입장이라 본격적인 논의는 7월 참의원 선거가 끝난 후 진행될 전망이다. 입헌민주당의 오가와 준야 정조회장은 자민당의 제언안에 대해 “전수방위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지극히 민감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주변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