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난 지 4개월이 지날 무렵 삿포로에서 중장비 기사로 일하던 50대 작업자는 사고 현장으로 가야 했다. 도쿄전력의 2차 하청 기업이었던 회사가 후쿠시마로 가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4개월의 근무를 마친 뒤 그는 목욕을 하려고 벗은 속옷에서 혈뇨를 발견했다. 곧바로 달려간 병원에선 방광암 진단을 내렸다. 1년 후 검진에선 대장암과 위암이 발견됐다. 가족력은 없었고, 의사는 세 부위의 암이 전이된 것이 아니라 각각 생긴 암이라고 말했다. 위와 방광을 들어내고 대장을 적출하는 큰 수술을 했지만 그의 산재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계를 이어가야 했기에 그는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계속 일을 했고 몇 번이나 구급차에 실려갔다. 그는 억울하다면서 “후쿠시마에 간 걸 후회한다”라고 말했다.
이 작업자는 일본 도쿄신문 기자인 저자가 2011년 사고 발생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원전 사고 현장을 취재하며 만난 100여 명의 취재원 중 한 명이다. ‘최전선의 사람들’은 이처럼 대형 사고에 가려 이름이 지워졌던 현장 노동자를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사고를 수습하려 노력하는 작업자의 얼굴을 하나씩 보여준다.
수많은 거절과 무시 속에서 어렵게 만난 취재원들은 사고 수습 현장에서 일어나는 위험천만한 상황과 말도 안 되는 부조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만들고 싶다”거나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는 생각에 자원했든, 돈을 벌기 위해 후쿠시마에 왔든 노동자들은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정부는 핵연료가 원자로의 밑바닥을 녹이는 노심 용융이 발생했는데도 노심 손상으로 설명하며 상황을 은폐하려 하고, 작업자들의 안전은 뒤로한 채 장비를 완화한다. 목숨을 걸고 일을 하다 죽거나 중병에 걸리는 일이 다반사지만 도쿄전력과 후생노동성은 “인과 관계를 알 수 없다” “노동 기준 감독서로 가보라”며 책임을 떠넘긴다. 방사선 피폭량 상한선에 아슬아슬 이를 때까지 작업에 투입됐다가 일회용품처럼 버려진 이들은 “우리가 방사선 총알받이입니까”라며 분노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책에 기록된 마지막 시점인 2019년은 물론 현재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힘으로 고향을 복구하고 싶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남아 있는 이들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현장을 떠난 이들의 빈자리는 젊은 작업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다.
후쿠시마 현장을 오간 지 8년째 인후암 진단을 받은 저자는 “사람을 지키는 국가를 바란다”면서 "원전 작업자가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일부라도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저 다른 나라의 일일 뿐일까. 국토 면적당 원전 수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우리에게 적잖은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