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재무장관들이 러시아 재무장관 연설 때 집단 퇴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차원이었다. 한국 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론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 주요 7개국(G7) 일부 재무장관의 경우 퇴장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20일(현지시간)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자와 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에서 진행된 재무장관 비공개 회의 1세션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의 발언이 시작되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등이 집단 퇴장했다.
영국과 캐나다 재무장관도 퇴장에 동참했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행동을 함께 했다. 이들은 러시아 측 발언이 끝난 뒤 회의에 복귀했다. 이날 회의에는 약 55명의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금융기구 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G20 회의 의장국은 인도네시아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확실히 그(옐런)의 행동을 지지한다”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따돌림받는 사람(pariah)'이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회의에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해 러시아 차례 전 연설을 했고, 옐런 장관 등이 집단 퇴장할 때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러시아 재무장관 발언 전 자신의 연설을 마쳤고 실루아노프 장관 연설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일본 이탈리아 재무장관도 러시아 장관 연설 때 퇴장하지 않았다. 역시 G7 국가인 프랑스는 대선 일정 때문에 재무장관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각 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은 1~4세션 동안 필요에 따라 자리를 지키거나 빠졌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미국과 서방 국가의 집단 행동으로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 재무부는 러시아가 참여하는 G20 재무장관 회의 일부 세션에 불참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