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사람이 휴대폰을 동기화한다고? 40대 여성 사망 '미스터리'

입력
2022.04.20 12:00
대전 아파트서 작년 말 투신 추정 사고
경찰은 자살로 보지만 유족은 "미심쩍다"
유족 "경찰이 신고자 조사, 부검도 안 해"
경찰 "수사 중...변사사건심의위 개최 예정"

지난해 말 대전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여성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로 처리하려 하지만, 유족은 자살로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을 제시하며 추가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11시 58분쯤 대전 동구 한 아파트 1층 화단에 A(48)씨가 쓰러져 숨져 있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30대 남성. 신고자는 A씨와 5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를 맺어 온 50대 남성 B씨의 아들이었다.

경찰이 8분 뒤 사망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신고자인 B씨의 아들은 사라지고 없었다고 한다. 당시 아파트 11층 자택에 있던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이유로 아내(A씨)와 말다툼을 한 뒤 거실로 나왔는데, (아내가 있던) 안방이 너무 조용해 들어가 보니 베란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래쪽을 보니 아내가 1층 화단에 쓰러져 있어 아들에게 신고를 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안방에선 먹다 남은 소주병이 발견됐고, 베란다 바닥에는 32㎝ 높이의 플라스틱 세제통이 있었다고 한다. A씨가 이 세제통을 밟고 130㎝ 높이 베란다 난간을 넘어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B씨 주장이었다. 경찰도 "현장 정황상 타의에 의해 추락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의 여동생 등 유족은 여러 의문점이 있다며 경찰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유족 측은 키 157㎝인 A씨가 부서진 세제통을 밟고 가슴 높이인 베란다 난간을 넘었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A씨 휴대폰이 사망 5분 전쯤 수동으로 클라우드에 동기화된 점 △A씨 휴대폰이 충전 중이었다는 점 △A씨가 사망 53분 전 지인과의 통화에서 "내일 연락하자"고 말한 점 △A씨가 사망 당시 속옷 차림이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정황상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족은 경찰 초동수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신고자인 B씨 아들을 조사하지 않았고, 외도 문제로 A씨와 B씨가 다툼을 벌였다는 점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 여동생은 "유족이 사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시신 부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한다고 가져간 언니 휴대폰을 차량에 뒀다가 도난당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사무실에서 찾았다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유족의 문제 제기에 대해 경찰 측은 수사를 좀 더 진행한 뒤 변사사건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사를 계속 이어갈지, 종결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정황상 타의에 의해 추락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부검을 하지 않았고, 고인의 휴대폰 포렌식은 현재 자료를 분석하는 등 진행 중"이라며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 아직까지 수사 상황을 유족에게 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환직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