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끊기 위해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방크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이전 제제안에서 빠졌던 러시아산 석유 수입금지 조치도 본격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린다. 아울러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도 서두를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빌트지 인터뷰에서 향후 대(對)러시아 6차 제재안과 관련해 “은행업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면서 “그 안에서도 비중이 37%에 달하는 스베르방크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러시아 은행 여러 곳을 제재 목록에 올렸으나,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대금 결제 창구인 스베르방크와 가스프롬방크는 제외했다.
스베르방크 제재는 러시아 에너지 규제와 동반해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경제적 이득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푸틴 대통령이 EU로 보내던 석유 물량으로 다른 시장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석유를 제재할 수 있는 영리한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은 국제금융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고 대러 신규 투자를 금지하는 등 고강도 경제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그 영향으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11% 줄었다면서 “러시아 국가 부도는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보다는 경제 제재에 주력해 온 EU는 향후 무기 공급도 강화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빨리 전달하는 것만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투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며 회원국에 무기 지원을 촉구했다. 또 “무기는 종류를 구분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자기 방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시들에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에 대해서는 “가해자들이 국제법으로 처벌받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전쟁범죄 증거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EU는 우크라이나 사법당국과 함께 국제사법재판소 협력팀을 꾸려 러시아의 전쟁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 책임이 있다”며 “그는 공격 명령을 내렸고 손에 조정하는 줄을 다 쥐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