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초대 우승자 박지영 "뒷심 부족이란 말, 이번엔 듣고 싶지 않았다"

입력
2022.04.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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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 부족이란 말을 이번에는 듣고 싶지 않았어요.”

막판에 무너져 우승을 놓친 기억이 많았던 박지영(26)에게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은 쓰디쓴 약이 됐다. 3라운드를 선두에 두 타 뒤진 6언더파 단독 3위로 마쳤지만, 우승 경쟁이 가능했던 4라운드에서 7오버파를 쏟아내며 공동 29위로 마무리하면서다. 이제껏 거둔 세 차례 우승이 모두 3라운드 대회였기에 ‘뒷심 부족’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그에겐 4라운드 대회 첫 우승이 절실했다.

그런 박지영은 17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에서 막을 내린 시즌 두 번째 대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와이어투와이어(전 라운드 선두) 우승을 거둔 뒤 “그간 뒷심이 부족했단 얘기에 대해선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회(롯데렌터카 여자오픈)는 내게 너무 많은 도움이 됐다”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내 리듬과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결과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위기는 있었다. 2번 홀에서 2위 이다연(25)이 버디를 기록하며 타수를 좁혔고, 설상가상 4번 홀에서 박지영이 보기를 범하며 두 타 차까지 좁혀졌다. 박지영은 “4번 홀 보기를 기록한 뒤 ‘이렇게 긴장할 것까진 없겠다’고 생각하면서 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8번 홀에서 7m 남짓의 퍼트를 성공하면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박지영은 “지난 겨울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연습을 했다”고 했다. 그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6시부터 연습을 시작한 일이 많았고, 시간이 안 되면 저녁에 조명을 켜고 연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워낙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늘어난 데다, 골프를 오랫동안 더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챔피언십 우승 이후 가장 짧은 간격인 5개월여 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약 30개월 만에 갤러리 앞에서 치른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것도 그에겐 큰 기쁨이다. 박지영은 “버디나 파 세이브를 하면 많은 응원을 해주셔 힘이 났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즌 1승을 빨리 거두는 게 목표였는데, 이번에 이룬 만큼 시즌 2, 3승을 목표로 삼고 최대한 빨리 우승을 해 이 자리(기자회견장)에 계속 오고 싶다”고 전했다.

여주=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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