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골수팬에 나들이객까지…대회 마지막 날 '구름 떼' 갤러리

입력
2022.04.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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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3,000명 등 총 6,700여명 관람
"박현경 직접 보니 너무 좋아요" 팬클럽 회원부터 
"날 좋아 나들이할 겸" 가족 관람까지 인산인해
관중 속 '챔피언 퍼트' 박지영 갤러리와 함께 환호

"실물로 보니 진짜 멋지시네요." "올 시즌에는 4승 하세요, 파이팅!"

202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이 '구름 떼 갤러리'의 환호 속에 17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막을 내렸다. 2020년 시즌 이후 약 30개월 만에 갤러리를 받은 이번 대회에는 첫날 약 700명을 시작으로 둘째 날 1,000명, 셋째 날 2,000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17일에는 나들이객까지 3,000여 명의 갤러리가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나흘간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는 총 6,700여 명에 달한다.

갤러리 오픈을 목 빠지게 기다린 골프 팬들은 평일인 첫날부터 대회장을 찾았다. 경기 김포나 인천, 전북 전주에서 연차를 내고 대회장을 찾은 팬들도 있었다. 이들은 가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코스를 돌며 자신의 스타를 응원했다. 플레이할 때는 침묵을 지키다가도 티샷 이후에는 "굿 샷"을 외치며 그동안의 아쉬움을 달랬다. 50대의 한 팬은 "비가 온다고 바람막이를 입으면 옷이 바스락거려 선수들에게 방해된다"며 옆에 있던 초보 팬에게 훈수를 뒀다. 다른 갤러리는 "박현경을 다시 직접 볼 수 있게 돼 정말 좋다. 골프는 역시 직관이 제맛"이라고 말했다. 사흘 내내 대회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천모(58)씨는 "오랜만에 갤러리를 하니 속이 뻥 뚫린다"며 "다음 주 김해 대회도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나들이객들도 몰렸다. 젊은 연인부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중까지 다양했다. 유모차를 끌고 천천히 코스를 도는 부부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유모(41)씨는 아내, 두 딸과 함께 페럼클럽을 찾았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혹시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할까, 16번 홀에선 호수 건너편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유씨는 "아이들이 생기고 코로나19도 있어서 못 돌아다녔는데 갤러리가 열리게 됐다고 해서 나들이 겸 왔다"며 "날씨도 좋고 근처 여주 아웃렛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팬들은 마지막 승부처인 18번 홀 근처에서 선수들의 퍼팅을 응원했다. 박현경(22)이 속한 17조는 챔피언조만큼의 구름 관중을 이끌고 다녔다. 50여 명의 팬들은 라운드를 마친 박현경이 점수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 경기 보는 것을 아예 포기한 채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골프 입문 3년 차인 조종우(34)씨는 "골프에 재미를 붙인 이후 중계방송으로만 보던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본 게 처음"이라며 "유소연(32) 박현경 등 보고 싶었던 선수들을 직접 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갤러리에게도 하이라이트는 초대 챔피언의 탄생이었다. 오후 3시 20분쯤 챔피언조의 어프로치 샷이 시작되자 대회 운영위원회는 갤러리들의 페어웨이 입장을 허용했다. 1,000여 명의 갤러리들로 둘러싸인 18번 홀 그린에서 마지막 퍼트가 시작됐다. 박지영(26)은 약 5미터 거리에서 챔피언 퍼트에 성공, 한 타를 더 줄이며 축포를 터뜨렸다. 챔피언은 두 손을 불끈 쥐었고, 긴장감 속에 침묵했던 갤러리들도 "와!" 함성을 질렀다. 한 팬은 "내가 박지영의 버디퍼트를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직접 온 보람이 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여주 최동순 기자
여주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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