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속에서 '국민 MC' 유재석이 사무실 곳곳을 뛰어다닌다. 오늘의 미션은 '게임 오버 파일을 찾아서 USB에 훔쳐라.' 유재석은 시작부터 "무슨 옷을 입을까요?", "가발을 바꿀까요?" 등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마치 게임 캐릭터를 꾸미는 것처럼 사소한 설정마저 시청자 투표로 결정한다. 순식간에 2,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지난 12일 진행된 카카오TV 신규 예능 프로그램 '플레이유' 라이브 방송 속 유재석의 모습이다. 평일 오후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만 약 1만 명이다.
'플레이유'는 카카오TV가 새로 선보인 인터랙티브(interactive) 예능이다.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자이자 게임 캐릭터다. 김노은 PD가 기획 및 연출을 맡았다. 2007년 MBC 공채 출신으로 2011년 JTBC로 이적해 '비정상회담', '아는형님' 등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 PD는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옮겨 '플레이유'로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김 PD는 본편 공개에 앞서 "시청자와의 호흡이 중요한 만큼 유재석씨와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풀어갈 수 있는 미션 아이템을 기획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유재석은 주차장, 사무실 등 현실 세계에서 제한 시간 100분 동안 주어진 미션을 수행한다. 시청자는 실시간 채팅으로 유재석에게 지령을 내릴 수 있다. 유재석은 시청자의 도움으로 '폐공장에서 휴대폰을 찾아 로그인해라', '숨겨져 있는 친구들을 찾아 구출하라' 등 미션을 해결한다. 라이브는 매주 화요일 카카오TV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루어진다. 라이브가 끝나면 미션 이후 상황을 담아 편집을 거친 본편이 공개된다. 지난 12일 공개된 1회 본편은 반나절 만에 조회수 60만을 넘겼다.
'플레이유'는 시청자와의 관계가 핵심이다. 유재석을 조종하는 시청자는 '유(you)님'이라는 이름으로 소통에 참여한다. 유재석을 오래 지켜본 이들은 아들 지호, 소속사 사장인 유희열을 언급하는 등 친근한 '티키타카'로 분위기를 풀어낸다. 유재석은 그에 맞춰 '반말 모드'로 벽을 무너뜨린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미션 수행에 급급해 댓글을 통한 쌍방향 소통이 어려워지는 모습이 일부 보이기도 한다. 시청자는 미션 해결에 필요한 도구나 비밀번호 등을 댓글에 올리지만, 유재석이 채팅을 확인하지 못하자 댓글 창에는 "이전부터 말했는데" 등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위험 요소도 있지만, '플레이유'는 기존 TV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다. 카카오TV와 유튜브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활용한 실험이기도 하다. 카카오TV는 앞서 오리지널 콘텐츠 '생존남녀'에서 시청자가 생존자, 탈락자 등을 예측해 투표하고 상금을 받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미 편집된 예능을 보는 기존의 '원 웨이' 방식에는 시청자가 흡족해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제도권화된 플랫폼에서도 시청자가 원하는 걸 가능한 범위에서 들어주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투 웨이', 쌍방향 예능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