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 당선인이 선거 후 처음으로 노동계와 가진 만남이다. 한국노총은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임금삭감과 실직 등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고 노동자가 당당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하는 등 이날 간담회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영계는 5년 만에 보수정부가 등장하는 만큼 탄력적ㆍ선택적 근로시간 확대와 직무ㆍ성과급 활성화 등 노동 유연화에 대한 목소리를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휴식권 보장, 고용안정성 보장과 임금 보존 등은 노동자들의 핵심적 권리인 만큼 노동계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노사 현안을 다루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다. 일자리 없는 성장과 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사회계약 체결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쉬자" “손발로 노동을 하는 것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같은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회적 대화와 노사정 타협의 전제는 상호 신뢰 형성이라는 점에서 이날 윤 당선인의 한국노총 방문은 반(反)노동적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윤 당선인은 전날 새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한국노총 출신의 합리적 성향의 노동운동가를 지명하면서 소통과 대화를 통해 노동 현안을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윤 당선인 측이 이날 한국노총뿐 아니라 노동계의 또 다른 한 축인 민주노총의 목소리도 경청하겠다고 밝힌 것도 바람직하다. 노정 간 신뢰 구축을 위한 새 정부의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