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자, 카드업계가 15년 만의 지각 변동 가능성에 술렁이고 있다. 업계 중위권 카드사는 롯데카드를 삼키면 단숨에 시장 점유율 2위까지 도약할 수 있어 인수전 참여를 고심하고 있다. 반면 상위권 카드사들은 롯데카드 인수로 몸집을 불린 또 다른 경쟁사가 등장할까 봐 인수전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M&A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카드 매각 작업을 시동 걸었다.
다른 카드사에 결제망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BC카드를 제외하고 지난해 기준 카드사 시장 점유율은 △신한카드 21.2% △삼성카드 18.0% △KB국민카드 16.9% △현대카드 16.8% △롯데카드 10.3% △우리카드 9.2% △하나카드 7.6% 순이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는 우리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이 거론된다. 이들 카드사들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업계 2위인 삼성카드를 위협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카드가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여전히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카드 결제망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인 우리카드가 롯데카드와 결합 시 관련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결제망 수수료에 의존했던 BC카드는 롯데카드 인수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상위권 카드사들은 2007년 신한카드의 LG카드 합병 이후 15년 만의 대형 M&A 매물인 롯데카드 인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7년 당시 업계 4위였던 신한카드는 업계 1위 LG카드를 사들인 이후 현재까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가격이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에 매긴 가격은 3조 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에 롯데카드를 넘기면 MBK파트너스는 2019년 1조8,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1조2,000억 원 넘게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하지만 너무 높은 가격에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매각작업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라 무리하게 인수전에 나서려는 카드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수에 성공만 하면, 단박에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로 치고 올라갈 수 있어 롯데카드 자체는 분명히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다만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3조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카드사들이 매각전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