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재개에 책임을 묻는 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안에는 애연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 대북 담배 수출 금지도 담길 전망이다. 다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돼 유엔 차원의 대북 신규 제재가 실제로 도입될지는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미사일 금지 범위 확대 △석유 수입량 감축 △해커 집단 자산 동결 등을 핵심으로 한 미국의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말 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대북 추가 제재를 제안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제재 결의안에는 순항미사일을 포함해 핵무기로 쓸 수 있는 모든 운반체계를 금지하는 등 북한 탄도미사일의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에 대한 원유, 정제유 수출량을 각각 연간 200만 배럴, 25만 배럴까지 절반으로 축소하고 북한이 광물연료, 광유(석유에서 얻는 탄화수소 혼합액), 이들을 증류한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북한 정찰총국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커 집단 ‘라자루스’의 자산 동결 조치도 제재안에 포함됐다. 라자루스는 랜섬웨어 ‘워너크라이’ 공격, 다수 국제은행과 고객 계좌 해킹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 북한으로부터 정보통신기술이나 관련 서비스를 획득하거나 획득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내용도 있다. 초안에는 북한에 담뱃잎과 담배 제품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는 등 애연가로 알려져 있다. 앞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대륙을 기차로 종단하던 중 김 위원장이 기차역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이 추진하는 신규 유엔 제재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제재안이 표결에 부쳐질지, 그렇다면 언제 부쳐질지 역시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대북 신규 제재가 이뤄지려면 유엔 안보리 이사국 중 9개국이 찬성표를 던지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응한 대북 제재 강화에 이미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역시 지난주 취재진에 “(중국ㆍ러시아와) 건설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보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