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 매수 청구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6년 6월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지 약 6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4일 일성신약 등 주주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삼성물산 합병 시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가가 너무 낮게 제시됐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주식매수가격을 1주당 5만7,234원으로 제시했는데, 6만6,602원이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가를 올려 책정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2015년 7월 이사회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에 반대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은 삼성물산에 자신들의 주식을 매수하라고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당시 주당 5만7,234원을 매수가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상장사가 합병할 때 이사회 전날을 기준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매수가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성신약 등은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에 동의하지 않아 법원에 가격조정신청을 냈다.
1심은 삼성물산이 책정한 가격이 적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주주들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합병을 결의할 당시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주가 변동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설이 나오기 이전 시점이자 제일모직 상장 전날인 2014년 12월 17일을 기준일로 한 6만6,602원이 주식매수가로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합병계획 발표를 앞두고 주택을 소극적으로 공급하거나 해외 사업수주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는 등 실적이 부진한 것처럼 보이게 한 정황도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사회 전날 주가가 합병 가능성에 영향을 받았다면, 주가 변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시점을 기준으로 주식매수가를 결정해야 한다"며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삼성물산이 주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판단은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 전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