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6만~7만원 향수, 면세점선 8만~9만원... 고환율 장기화에 "면세품 안 사요"

입력
2022.04.14 10:10

지난달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조치가 해제된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지만, 면세업계는 기대했던 것만큼의 회복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5년 내 최고 수준의 원·달러 환율이 두 달째 지속되고 있는 데다, 비싸진 물가에 비해 면세한도는 2014년 정해진 600달러로 유지되고 있어 효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2원 하락한 1,228원에 마감했다. 1,230원대로 올라선 지 이틀 만에 1,220원대로 하락하긴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2월 24일 이후로는 한 번도 1,200원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고공행진 중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2분기까지 환율이 1,200원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기준으로 물품을 판매하는 면세업계는 환율 상승의 타격을 그대로 받는다.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갈 경우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이나 인터넷 주문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세점에서 인기가 많은 브랜드 향수 30㎖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구매 시 6만~7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지만, 정가가 76달러인 탓에 면세점에서는 8만8,000원대(할인가)에서 9만3,000원대(정가)에 구매해야 한다.

특히 600달러로 고정된 면세한도를 넘는 고가 브랜드의 경우 관세를 고려했을 때 국내 백화점에서 정품을 구매하는 편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2,000달러짜리 명품 가방을 면세점에서 구매할 경우 돌아올 때 관세를 280달러 내야 하는데, 면세 할인 폭보다 관세가 더 높을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면세 구매를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환율까지 높다면 구매 유인은 더 떨어진다.

이에 면세업계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자가격리 의무화가 해제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내국인 매출은 이전 2주 대비 41~50% 늘었지만, 기대만큼 높지 않은 상황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한도 600달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다 환율까지 높아지면서 내국인 소비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이 환율로 인한 손해를 보지 않게끔 보상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 휴가철을 지나봐야 알겠지만, 중국 봉쇄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로서는 급격한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며 "일본 등 면세 경쟁국과 비교해 여전히 과도하게 낮은 면세한도가 유지되고 있어 완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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