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경제 관료 출신인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발탁한 것은 '파격'이다.
장관급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 보좌 △대통령 참모진 지휘는 물론이고 △ 정부, 국회와 국정 전반 조율 △정부 인사 총괄 등의 중책을 맡는다. 이 때문에 정권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무게감 있는 정치인 혹은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는 것이 김영삼 정부 이후 한 번도 깨지지 않은 관례였다.
반면 김 비서실장 내정자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 그룹 소속도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을 위해 대통령 비서실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인 만큼, '실세형'보다는 '실무형' 비서실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를 국정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윤 당선인은 13일 김 내정자에 대해 "경제 전문가이면서 정무 감각을 겸비하고 있다"며 "공직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성공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행정고시 22회 출신인 김 내정자는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 전신), 기획예산처 등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고, 통계청장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이명박 정부에선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을 지내 청와대 사정도 잘 안다.
윤 당선인은 관료 출신 비서실장을 택해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대통령실을 슬림한 기능 중심 전략 조직으로 개편하겠다"는 게 그의 대선 공약이다. 김 내정자 역시 "정책은 국무총리 지휘 하에 (정부 부처들이) 하고, 대통령 비서실은 지원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보좌형 비서실장'이 되겠다는 뜻이다.
경제에 초점을 맞춘 인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에선 청와대 정책실장이 폐지된다. 경제 관료 출신 비서실장을 발탁해 경제 정책 기능을 상당 부분 맡기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의 구상인 셈이다. 김 내정자가 윤 당선인의 경제 책사 역할을 겸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민간 주도 경제성장 기조에 찬성하고 과도한 재정 지출을 경계하는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1월 언론 기고문에서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며 "위기에 비해 돈을 너무 많이 풀었다.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준 것도 악수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