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66) 서울시교육감 집무실엔 직접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고 신영복 선생이 써준 지남철 서화가, 소파가 아닌 큰 원탁 테이블이 있다. 자전거는 균형을, 지남철은 방향성을, 원탁은 소통을 뜻한다. 조 교육감이 생각하는 서울 교육의 3가지 상징물이다.
지난 12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 교육감은 그 가운데 자전거를 가리키며 "요즘은 특히 균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다"고 했다. '균형'을 콕 짚은 이유가 있다. 흔히들 말하는 보수, 진보 양 진영논리에서 벗어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 조 교육감은 그 화두로 수학, 과학 교육 강화를 내걸었다. 흔히 지식교육보다 전인교육을 강조한다고 알려진 진보적 교육관과 거리두기를 하는 셈이다.
조 교육감은 3선 도전 뒤엔 "'진보 교육계는 학생 공부에 신경을 덜 쓴다'거나 '지식 교육을 터부시한다'는 인식을 깨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꼽았다. 특히 '수포자(수학포기자)'라는 말을 없애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수학강화 프로그램, '수호(數好)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 △체험, 탐구활동 등과 결합해 수학을 배우는 '수학 점핑학교' 프로그램 확대 △인공지능(AI) 수학학습 시스템 확대 적용 △서술과 논술 평가로 성적을 내는 '수학평가선도학교' 선정 △AI 등을 활용해 실험 등을 할 수 있는 과학실 확대 등을 구상 중이다.
조 교육감은 수학, 과학 교육이 단지 입시, 취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판적, 논리적인 사고를 익히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공부다. 조 교육감은 인터뷰 내내 "수학, 과학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건 공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쯤이면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설정도 문제다. 새 정부는 현 정부의 자사고, 외고 폐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2025년 일반고 전환이 추진돼온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조 교육감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강력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데,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자율적 교육과정 허용이다. 자사고나 외고에서 우수한 부분이 있다면, 일반고에서 그 프로그램을 가져다 쓰면 된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외고 존치보다는 '일반고의 상향 평준화'가 더 좋은 방향이라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론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과 학력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지출액이 23조4,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교육비 지출은 가구 소득에 따라 5배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사교육으로 인한 격차가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사교육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혁신학교 등을 통해 사립초와 대등한 교육 경쟁력을 갖춰가는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다시 역전된 현상 등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공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해 양극화로 인한 학습 결손을 최대한 보완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조 교육감에게는 걸림돌이 하나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 특별채용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는 "무죄를 예상하고 있고, 선거법 위반 사안이 아니라서 교육감 자리에까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게 법률가들의 의견"이라면서도 "이유야 뭐가 됐든 코로나19로 전체 학교가 고생하고 있는데 송사 때문에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은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