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타결 직전임을 시사했다.
12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정부 주요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스트리아 빈 회담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협상은 현재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1년 가까이 이어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지 한 달 만에 나온 발언이다.
지난해 4월부터 이란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는 핵합의 복원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미국은 회담에 간접 참여하고 있다. 협상은 타결을 눈앞에 뒀지만,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 것에 대한 철회와 함께 ‘제재 부활 방지 보증’ 등에 이견이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의식한 듯 하메네이는 미국을 다그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미국이 협상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타결이 안 될 경우 책임을 미국에 돌리고, 이란의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이란 협상 대표단에게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계속 저항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FTO 지정 철회는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밝혀왔던 만큼 난관은 여전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이 혁명수비대가 예멘 반군 후티,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정 철회를 반대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반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국제 원유 시장에 복귀하게 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인플레이션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란 역시 원유와 천연가스를 팔아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고, 해외에 동결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도 되찾을 수 있다. 핵합의가 윈윈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이란은 2015년 서방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포기와 서방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골자로 JCPOA를 체결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뒤 경제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이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이후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지난달 이란 측 협상 대표가 돌연 빈을 떠나 귀국하면서 협상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