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파티게이트’로 재임 중 벌금형… 사퇴 요구는 거부

입력
2022.04.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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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 위반하고 생일파티 참석
야당 "반복적 거짓말… 사퇴하라" 비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칙을 어기고 본인 생일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인정돼 결국 범칙금을 내게 됐다. 현직 총리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은 영국 역사상 처음이다. 존슨 총리는 즉시 사과했으나 사퇴는 거부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실은 존슨 총리와 그의 아내 캐리 존슨,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이날 경찰로부터 코로나19 방역 위반으로 범칙금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재임 중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첫 총리”라고 꼬집었다. 존슨 총리는 경찰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곧바로 범칙금을 납부한 뒤 “대중의 분노를 이해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에게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더 큰 의무감을 느낀다”면서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런던경찰청에 따르면 총리실과 정부청사에서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범칙금을 내게 된 인원은 무려 50명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측근들과 모여 여러 차례 파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총리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고, 앞서 2020년 6월 19일에는 총리실에서 약 30명이 모인 가운데 자신의 생일파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가 된 생일파티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10분도 안 걸린 짧은 모임이었고 규정 위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해 더 큰 비난을 샀다.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수낙 장관과 측근들도 “코로나19 대책 회의 때문에 간 것”이라며 발뺌했다.

야당은 존슨 총리의 ‘내로남불’ 행태에 분노했다. 존슨 총리의 벌금형 소식이 전해지자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와 수낙 장관은 법을 어겼고 영국 대중에게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면서 “둘 다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하원 원내대표도 존슨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서는 부활절 연휴를 맞아 휴정 중인 국회를 다시 열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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