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리고 '그 후'를 기억하라."
13일 오후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부두 안쪽에 거치된 세월호의 참담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선체는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검게 녹슬었다. 배 밑바닥엔 녹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상처처럼 선명했다. 언뜻 보면 흉물(凶物), 아니 흉선(凶船)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선미에 새겨진 통곡의 이름 'SEWOL'만큼은 또렷했다. 2014년 4월 16일. 마치 그날의 아픈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듯했다.
벌써 8년이다. 무심한 바다는 세월호와 함께 304명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진실은 아직도 수면 아래 잠겨 있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이 올해 추모 방향을 '기억(다시 세월호)', '약속(생명 안전 사회를 향한 굳센 연대와 발걸음)', '책임(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으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도 세월호 참사 추모 주간을 맞아 광주와 전남 지역 곳곳에선 노란 물결이 펄럭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또 한 번의 외침이다.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는 추모·기억 문화제를 준비했다. 동구는 16일 '여덟 번째 봄, 함께 기억해요, 세월호 함께 해요! 안전 사회'라는 주제로 전시·공연·체험 청소년 기억문화제를 개최한다. 광산구도 같은 날 수완지구 풍영정천 천변 부근 세월호 기념공간 '소풍'에서 거리공연을 곁들인 시민 참여 기억식을 진행한다. 남구, 북구, 서구도 15일 백운광장 내 세월호 조형물 앞, 북구청 광장, 풍암동 신암근린공원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별도의 기억문화제를 갖는다.
전남 지역에선 노란 물결이 8일부터 출렁였다. 목포 시내 곳곳과 목포신항까지 도로 양쪽에 내걸린 노란 현수막이 참사 8주년을 알렸다. 목포신항에서 뱃길로 3시간 거리인 맹골수도 해역에는 세월호 침몰 해역을 알리는 노란 부표가 설치됐다.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는 30일까지를 세월호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기억식과 기록 전시 등 추모행사를 벌인다. 기록 전시 '기억의 봄, 열다'가 목포 원도심에 있는 갤러리 나무에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 안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무움직임연구소가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시민·예술가와 함께 △길거리 전시 △몸짓마당극 공연 △설치미술 △거리행진 등 다양한 표현을 통해 시민참여로 창작하고 기록한 조형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16일 오전 10시 목포신항에선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개최된다. 기억식은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깊은 슬픔을 겪은 희생자를 위로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기억사, 오케스트라·국악 공연 등 추모음악공연, 시낭송, 몸짓 퍼포먼스, 선언문 낭독, 세월호 치유의 춤 순서로 열릴 예정이다. 오후엔 비극의 뭍 진도 팽목항 기억공간을 찾아 '세월호 기억 공간 지키기 캠페인'도 연다.
앞서 10일 사고해역인 진도 맹골수도 앞바다와 목포신항에선 추모식이 잇따라 열렸다. 해경 3015경비함정(3,000톤 급)을 타고 사고 해역에 도착한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유가족 28명과 추모객 등 50여 명은 노란 튤립과 새하얀 국화꽃 등을 바다에 던지며 목메어 흐느꼈다. 이후 목포신항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 앞 추모단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린 뒤 선체를 한 바퀴 돌아봤다. 유가족 등은 16일에도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에서 선상 추모식을 다시 갖는다.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도 11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 참사 추모 및 안전 주간으로 운영하며 추모 행렬에 합류했다. 교육부는 홈페이지 화면을 추모 분위기로 전환하고 각 기관에선 안전 점검과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상황 등을 점검한다.
광주·전남 각급 학교에서도 20일까지 세월호 참사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광주시교육청은 '기억·안전 사회 만들기·약속'을 주제로 '달마다 만나는 민주시민 이야기' 참고자료를 각급 학교에 배부했다. 40개 초·중·고등학교에선 '학교와 마을로 간 세월호'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직접 세월호 기념공간을 만들어 희생자를 추모한다.
전남도교육청도 '인권, 생명 존중'을 주제로 한 교과 연계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달 전남도교육청 4·16세월호 참사 잊지 않기 조례가 제정된 것을 계기로 희생자 추념과 함께 안전 사회, 인간 존엄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최송춘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대표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는 날까지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