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기업 집단 지정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차명 회사와 친족 회사 등을 고의로 누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몽진 KCC 회장이 1심에서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1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회장에게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16년과 2017년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당시 차명으로 지분을 100% 보유한 음향기기업체 '실바톤어쿠스틱스'와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동주상사' 등 10개사를 빠뜨렸다. 그는 위장 계열사 주주나 임원 등 친족 23명을 지정 자료에서 지속적으로 누락하기도 했다.
정 회장 동생이 위장 계열사를 KCC그룹 납품업체로 추천하고, 정 회장이 관련 거래를 직접 승인하는 등 해당 회사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CC는 자료 누락으로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됐고 각종 규제를 벗어날 수 있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누락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해 지난해 3월 벌금 1억 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정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도 정 회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KCC그룹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이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 보이고, 이후 상호출자 회사로 지정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고, 정 회장이 범행을 인정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