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 증가가 전세가격과 주택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민간 은행권 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전세대출 공급 확대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전세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0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80조 원을 돌파했다. 2012년 23조 원과 비교하면 무려 7.8배 늘어난 규모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가구 비중 역시 지난해 12.2%로, 2013년(5.6%) 대비 2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연구소는 전세대출 증가가 전세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주택 전세가격 상승률은 9.4%를 기록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구소는 "전세가격이 높아지면서 임차인의 부담이 증가했지만, 전세대출 지원 확대로 부담이 완화되면서 전세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전세대출이 전세가격을 넘어 매매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임차인의 자가 전환 수요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갭투자(전세 낀 매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대비 규제가 적어 고가의 전세주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전세대출이 서민에게 매우 유용한 대출 수단이지만, 합리적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전세대출 대상을 청년·서민 등 주거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정하되,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전세대출이 DSR 규제에 포함될 경우, 은행의 전세대출에 따른 이자 수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부담스러운 주장이다. DSR은 차주의 연소득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로, 현재까지 전세대출은 제외된 상태다.
강민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전세대출 증가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DSR 산정에 포함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