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몰랐던 때처럼... 꽃핀 곳 어디나 사람 넘쳤다

입력
2022.04.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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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통제 풀린 서울 주말표정]
윤중로·석촌호수·양재천 등 시민행렬
"거리두기 전면 해제 신호탄" 기대감도

"꽃보다 사람이 많네요. 다들 마스크 쓰고 있는 것만 빼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서울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가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10일. 송파구 석촌호수 둘레길은 가벼운 옷차림의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적모임 10인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은 여전히 적용되고 있지만, 상춘객(賞春客)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롯데월드타워 등 인근 랜드마크와 주변 식당, 카페 등에도 손님이 붐비면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유모차를 끌고 가족들과 함께 벚꽃 구경을 나왔다는 이희상(41)씨는 "오늘 풍경만 보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이전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년 만에 개방된 벚꽃 명소 인산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닫혔다가 3년 만에 문을 연 전국의 벚꽃 명소들은 특히나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했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서강대교 남단~국회 의원회관 사거리 1.7㎞ 구간)은 2020년 전면 통제됐다가, 지난해엔 1시간마다 70명씩 입장할 수 있도록 사전 예약제로 제한 운영됐고, 올해부터 전면 개방됐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9일 벚꽃길을 찾은 방문객은 10만여 명에 달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지만, 마스크 착용 등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꽃구경을 나선 시민들은 봄에 꽃길을 누리는 이 '소중한 일상'을 되찾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윤중로를 찾았다는 이승후(43)씨는 "작년 봄엔 이곳이 폐쇄되어 아쉬웠는데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딸 지유(11)양도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들떴다. 대구에서 이곳을 찾았다는 김도혜(35)씨는 "올해 마지막 벚꽃을 즐기고 싶어 친구와 함께 왔다"며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 좀 더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도심도 불야성... 심야 택시 잡기 쟁탈전도

주말 상춘 행렬은 신촌이나 홍대입구 등 서울 시내 주요 번화가까지 이어졌다. 자영업자들도 가득한 인파로 모처럼 거리가 활기를 띠자 코로나19의 긴 터널이 끝나간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건대입구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38)씨는 "날씨가 좋아 벚꽃을 보고 술 한잔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며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된다면 영업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밤에는 택시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다. 박성현(27)씨는 "중간에 지하철이 끊겨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1시간 넘게 기다리다 겨우 탔다"며 "곧 택시 대란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를 끝낼 시기가 왔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경기 이천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주천(33)씨는 "확진자가 여전히 많지만, 코로나가 더 이상 생활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며 "이번 벚꽃 행렬이 거리두기 종료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우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