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한국과 중국이 경계선을 획정하지 못 한 수역)에 우리 정부 몰래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의 영유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구조물을 발견한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해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중국이 그런 구조물을 설치한 게 맞고 NSC 여러 안건 중 하나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SBS는 서해 어업지도선 무궁화호가 지난달 제2광구 서쪽 바다에 있는 한중 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이 설치한 이동식 석유 시추 구조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은 2001년 공식 발효된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설정된 구역이다. 서해는 제일 넓은 폭이 280해리에 불과해 한국과 중국이 각각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를 지정할 경우, EEZ가 서로 중첩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잠정조치수역이 지정됐다. 잠정조치수역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되, 각국이 자국 어선을 관리한다.
서해의 석유 시추를 둔 한중 양국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2004년 우리 정부의 제2광구 상 유전 탐사활동에 대해 "해양주권과 권익에 피해를 줬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1973년 우리 정부가 서해 제2광구에서 석유 매장 징후를 발견하자, 군함을 보내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의 시추 구조물 설치는 서해 석유자원을 점유하려는 것 외에 향후 해상 영유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해 해양경계 획정 협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의 세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2015년부터 서해상 EEZ 경계를 정하기 위해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시추 구조물 문제를 두고 중국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사항을 파악 중이며 중국 측과도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